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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여성의 국유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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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최형규
최형규 기자 중앙일보 부데스크
최형규
베이징 총국장

황장진(黃章晋)이라는 중국 블로거가 요즘 인터넷을 통해 ‘여성 국유화’를 부르짖고 있다. 여성을 모두 국가가 관리하자는 얘기다. 여성이 무슨 소유물도 아니고, 이 무슨 황당한 소린가. 그가 인터넷에 올린 글을 잠깐 보자.

 “고향에서 부모님 전화가 오면 식은땀이 난다. 첫 대화는 항상 ‘올해는 장가가나’로 시작해서다. 그리고 결론은 항상 부모님의 장탄식으로 끝난다. 자식 된 자로 연로한 부모님께 ‘아직…’이라는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도 참 못할 짓이다. 한데 그게 어디 내 잘못인가. 남자가 여자보다 6000만 명이나 많은 우리 사회의 성비 불균형 때문 아닌가. 이뿐인가. 부패 공무원들의 첩질도 있다. 그들이 하나같이 예쁜 결혼 적령기 여성들을 정부(情婦)로 꿰차고 있으니 말이다. 그것도 한두 명도 아닌 수십 명씩. 상황이 이럼에도 정부는 뭐하나. 상품 사재기나 시장 독점은 단속하면서 왜 여성 독점엔 나 몰라라 하나. 노총각들의 결혼난은 개인 문제를 넘어 심각한 사회 문제다. 그래서 난 여성 자원의 국유화를 외친다. 여성이 결혼 적령기가 되면 정부가 나서 결혼을 알선하고, 이혼할 경우 재혼까지 주선해 주면 얼마나 좋겠나. 특정인들의 독점을 철저히 감시하면서 말이다. 가정과 사회의 화합도 이루고 총각들의 시름도 덜 수 있는 일거양득(一擧兩得) 아닌가.”

 얼마나 장가가기 어려우면 이렇게까지 주장할까 하겠지만 실제로 중국 사회의 노총각 문제는 심각하다. 2013년 말 현재 중국의 남녀 성비는 118:100으로 황(黃)이 알고 있는 수치보다 훨씬 남자가 많다. 특히 결혼 적령기 젊은이들의 성비는 120:100을 넘는다. 산술적으로만 보면 남자 5명 중 한 명은 결혼하기 힘든 구조다. 특히 돈 없고 배경 없는 농촌 총각들은 아예 처녀 구경이 힘들다. 한국처럼 동남아에서 신부를 수입하고 있지만 그것도 돈 있는 집안 얘기지 일반인들에겐 먼 나라 얘기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취임 이후 부패 공직자들을 잡아들이고 봤더니 예외 없이 첩질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그것도 한두 명이 아닌 수십 명씩. 이러니 총각들 열이 안 받치겠나.

 물론 중국 정부도 나름 노력한다. 엊그제는 공안부 등 13개 부처가 공동으로 태아 감별 단속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남아 선호 문화를 더 이상 방치할 경우 노총각 폭동은 시간 문제라는 위기 의식의 발로라고나 할까. 그러나 여성 자원 자체가 워낙 부족하니 정부라고 별 묘수가 없다. 다음달 춘절(春節·설)을 앞두고 고향을 찾을 중국 노총각들의 고민이 크다. 부모님들의 결혼 재촉이 무서워서다. 중국 사회의 노총각 시한폭탄이 터질 날도 멀지 않았다는 얘기다. 아 참, 노총각 황장진의 주장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어떨까. 첫 댓글은 이렇다. “헐~. 장가 못 간 이유를 알겠네.”

최형규 베이징 총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