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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근영 기자의 오늘 미술관] 직장인들의 죽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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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다 마코토(?田誠), 회색 산, 캔버스에 아크릴, 300×700㎝, 2009∼11년

2년 전 봄, 싸이의 ‘젠틀맨’ 음원이 전세계 동시 공개되고 일본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가 출간되던 주말이었습니다.

`회색 산`을 그리는 아이다 마코토

신림동 서울대미술관에서도 색다른 팬덤이 일었는데, 일본 현대미술의 악동(?) 아이다 마코토(?田誠·50)의 강연 자리였습니다. 쾌적하지 않은 그림을 그리는 작가이건만, 직전에 도쿄 모리미술관서 열린 ‘천재라서 미안합니다’라는 도발적 제목의 개인전 도록을 들고 와 사인을 청하는 팬들도 줄을 섰습니다.

가까이서 본 `회색 산`(부분).

그의 그림 중 ‘회색 산’입니다. 가로 7m로 꽤 큽니다. 멀리서 보면 습기 먹은 산수화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의외의 장면이 펼쳐집니다. 작가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양복입은 남성들이 잔뜩, 아마도 죽은 모습으로 쌓아올려져 있다. 얼굴은 전혀 그려넣지 않았다. 내가 일본 사람이라 그렇겠지만 이 그림을 딱 보고 많은 이들이 일본 경제의 쇠퇴, 일본 직장인의 과로사를 연상한다. 나 역시 그런 이미지를 갖고 그린 면도 없쟎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본만 소재로 다루면 재미없다 여겼다. 자세히 보면 이 안엔 백인도 있고, 흑인도 있고, 모든 인류 직장인이 다 들어 있다. 나는 머리가 나빠서 경제학 책을 서울대생들처럼 잘 읽지 못한다(웃음). 그렇지만 한 사람의 바보같은 인간으로서, 너무 지나친 자본주의, 글로벌리즘에 대해 굉장히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연말정산으로 지친 심신 달래는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모쪼록, 건강하십시오^^.
권근영 기자 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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