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방향 잘 잡은 수준별 교육 성공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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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외국에서는 수준별 교육이 보편화돼 있다. 미국.영국.프랑스에서는 과목마다 난이도에 따라 등급을 구분하여 능력별 수업을 실시하고 학생의 성취도 수준에 따라 교재도 판이하다. 학습 능력이 뛰어난 중학생은 고교에서, 고등학생은 대학에서 각각 공부할 수 있다. 한국에서처럼 모든 학생이 동일한 교과서를 갖고 똑같은 수업을 받는 광경은 찾아보기 힘들다. 수준별 교육의 장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위 집단 학생에게는 학습 동기를 유발하고 자신감을 심어준다. 중.상위층 학생에게는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하고 나아가 선행 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수준별 교육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학부모의 의식 전환이 필수적이다. 자녀의 능력을 고려해 남보다 낮은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용인해야 한다. 반을 편성할 때 자녀를 무조건 상급반에 집어넣으려고 치맛바람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당장은 차별화된 수업을 받더라도 단계를 밟아 상위권 진급이 가능한 것이 진정한 교육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교육부도 철저하게 준비해야 할 것이다. 수준별 교육에 대비한 사교육 확산을 막고 학생 간, 학부모 사이에 생길지도 모르는 위화감을 해소할 대책이 필요하다. 또 수준별 교육의 성적이 고입.대입에서 공정하게 반영되도록 학생부 평가방법을 새로 마련해야 한다. 특히 고교와 대학이 입시 때 학교 간 학력 차이를 반영하도록 허용해야 한다. 엄연한 학교 간 학력 차이를 무시한다면 수준별 교육은 하나마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