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항공엔진의 최고봉|영국의「롤스 로이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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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그 많던 식민지를 다잃고 경제적으로 뒷전에 밀려난 영국사람들의 사기는 크게 떨어져있다. 그러나 자존심을 받쳐주는 몇가지는 아직 남아있다. 그중의 하나가 영국사람들이 자랑하는 롤즈로이스의 승용차와 항공기엔진. 롤즈로이스차는 한대값이 최고 13만달러정도여서 어느 나라에서나 신분의 심벌처럼 돼있고 롤즈로이스 가스터빈엔진은 전세계를 주름잡고있다. 먼저 분명히 해두어야 할 것은 롤즈로이스자동차와 롤즈로이스가스터빈엔진은 완전히 별개의 회사제품이라는 사실. 【영브리스톨=이제훈특파원】
지난71년까지만해도 한회사였던 것이 엔진파트를 따로 떼어 1백% 국영화하고 차부문은 빅커즈그룹에 넘김으로써 둘사이에는 현재 아무런 연관이 없다.
이름만은 계속 똑같이 사용하고있는데 엔진제조회사는 그냥 롤즈로이스, 자동차제조회사는 롤즈로이스카로 부르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롤즈로이스자동차가 더 잘 알려졌으나 영국사람들이 좀더 긍지를 갖는것은 롤즈로이스엔진쪽이다.

<차·엔진사를 분리>
왜냐하면 항공기엔진에 관한한 롤즈로이스와 겨루는 상대는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및 프래트 휘트니사 들뿐이고 일본이나 서독조차도 감히 넘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서독은 아직 항공기엔진을 수축하지 못하고 있는것이다.
즉 항공기엔진을 중심으로한 가스터빈엔진은 소련을 제외한 세계시장을 영·미 두나라가 거의 양분하고 있다.
영국은 물론 프랑스·서독·이탈리아등 주요나라의 공군기들이 롤즈로이스엔진을 탑재하고 있고 보잉747·757여객기들 또한 롤즈로이스제품을 많이 쓰고 있다.
현재 롤즈로이스의 엔진을 사다가쓰고 있는 나라와 항공회사들을 보면 상업용이 1백21개국, 군사용이 86개국에 이르며 항공회사수로는 2백86개에 달한다.

<일·서독 상대안돼>
롤즈로이스엔진을 탑재한 비행기의 기종별로는 민간용 32개, 군사용 68개.
롤즈로이스는 항공기엔진외에도 미사일엔진, 원자력잠수함엔진등 여러가지 가스터빈엔진을 만들지만 역시 대종은 항공기엔진.
이회사가 항공기엔진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1차대전이 일어나던 1914년. 1906년 엔지니어인 「찰즈·롤즈」와 돈을 번 「헨리·로이스」 두사람이 합작으로 회사를 세운후 「롤즈」스스로의 설계에 따라 자동차를 만들다가 세계대전이 나자 수요가 많아진 항공기용 엔진제조에 손을 댔다.
이렇게 시작된 항공기엔진의 생산역사는 약70년에 달하고 있는데 실제 광목할만큼 기술개발이 이루어진 것은 지난 60년대 이후다.
수직이륙을 하는 최신예전투기 해리어기에 쓰이는 페가서스엔진이 처음 실용화된 것이 1969년. 트라이스터나 보잉747기에 탑재된 RB211엔진은 72년부터 실용단계에 들어간 것들이다.
롤즈로이스사가 최근 몇년간 가장역점을 두고 개발하고 있는 것은 535시리즈엔진이다. 특히 보잉757기에 탑재되어 내년부터 실용화될 535E4엔진은 롤즈로이스 기술진이 항공기엔진분야의 최첨단이라고 자랑하는 야심작이다.
이 엔진개발의 주역을 맡은 롤즈로이스회사 더비공장의 디렉터「데이비드·피커렐」박사는 535E4엔진의 특징과 장점을 이렇게 설명한다.

<70년간 기술축적>
『그동안 항공기엔진 분야에서 개발된 첨단기술이 모두 535E4엔진에 집약되었을 뿐아니라 새로운 디자인이 가미되어 21세기까지 계속사용될 것을 확신합니다. 한마디로 가장 큰 장점은 성능이 극히 우수하면서도 연료절약의 효과가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535E4엔진은 535C보다도 연료를 10% 더 절약할수 있으니까요.』
롤즈로이스가 개발, 완성단계에 와있는 535E4엔진은 고성능의 광현팬과 공항배기노출, 그리고 컴퓨터가 부착된 3차원의 분석장지를 갖춘 터빈을 만듦으로써 전반적인 성능개선은 물론 연료절약의 효용을 높이고있다.
이회사는 535E4와함께 535F4도 개발중인데 그것은 추진력을 좀더 개선해 본다는데 목표를 두고있다.

<매상20%가 개발비>
군사용 항공기엔진으로 롤즈로이스가 자랑하는 것은 해리어전투기에 탑재된 페가서스엔진과 NATO공군력의 주력을 이루고있는 토네이도기에 실린 RB199엔진. RB199엔진은 영국·서독·이탈리아 3개국 공군기 8백대이상에 탑재되어 있으며 이 엔진의 특징은 작동도중 어떤 문제가 생긴다하더라도 자체조절이 가능한 장치가 달려있다는것.
페가서스엔진은 영국공군·해군및 미국해병대에 배속된 해리어기 전부에 탑재되어있고 스페인과 인도공군에서도 이 엔진을 사서 쓰고있다. 페가서스는 롤즈로이스가 1959년에 처음 개발한 이후 계속 개량돼서 페가서스11F35에까지 와있다.
이 엔진은 추진력에서 50%가 증진되었고 수직상승및 기동성에서 뛰어나다는 것이 롤즈로이스 브리스롤공장 판매당당 매니저 「카」씨의 설명.
항공기엔진 제조분야는 롤즈로이스가 주축이 되어 국제합작 엔진회사를 설립하기로 함으로써 활기를 띨 전망이다. 합작회사는 영국의 롤즈로이스, 미국의 프래트 휘트니, 일본의 일본항공엔진회사(JAEC), 서독의 모토렘 운트 투즈비넨, 이탈리아의 피아트항공등 5개로 올해 6월말까지 각국 정부의 승인을 받는대로 설립에 들어간다.
5개국합작 제트엔진회사는 87년말까지 1백50명의 승객을 태우는 중형여객기용 엔진을 새로 개발할 계획이다.
지난3월 영국의 더비에서 5개회사 대표들이 서명한 협정에 따르면 새로 설립될 회사의 이름은 「국제항공엔진」(International Aero Engines)으로 하고 롤즈로이스와 프래트휘트니가 30%씩, 나머지 3개회사가 40%를 출자한다.
여기서 만들어낼 엔진은 2만∼3만파운드의 추진력을 갖고 지금까지 나온 동급의 엔진(보잉737-400, 에어버스A320기용)보다 14%의 연료절약효과를 지니게된다.
어쨌든 여기서도 롤즈로이스의 노하우와 기술이 바탕이 될것은 틀림없다.
이처럼 기술에서 앞선 롤즈로이스는 임직원수 4만5천명중 상당수의 박사를 비롯, 4천4백여명이 두뇌엔지니어들이다.
1년에 연구개발비로 쓰는 돈이 전체매상고의 20%인 3억파운드(약3천5백억원)나 된다.
한국에도 다녀간 적이 있는 롤즈로이스본사의 대외홍보담당국장「가이·스미드」씨는 『롤즈로이스의 신화는 앞으로 계속 건재할 것』이라고 장담하고 『축적된 노하우와 막대한 연구개발투자가 그것을 지켜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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