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경제 회복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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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보수당의 압승과 더불어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던 영국산업계가 최근들어 회복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영국의 명차라고 일컬어지는 「자가」의 경우 작년부터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해 작년의 생산댓수가 전년비 75% 증가했으며 금년 들어서 더 계속 호조를 보여 1·4분기 생산댓수가 지난해 동기보다 41%나 늘어났다. 미국·서독·호주등에의 수출이 활발한데다 내수판매가 순조로운 덕이다.
영국경제계는 전부터 이「자가」의 판매가 영국산업의 빛과 그림자를 상징하는 것으로 여겨왔다. 영국산업의 체질이 양산되는 대중상품보다는 전통적인 수제고급품에서 월등히 뛰어나기 때문에 나온 발상이기도 하다.
이런 경향은 의류품에서도 분명히 살필수가 있다. 바바리·던힐등 고급브랜드의 품질은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있어 수출도 잘되고 기업도 건실하지만 일반대중이 일상생활에서 쓰는 제품은 질이 나빠 홍콩·한국에서의 수입품에 밀리고 있다. 지난해 제조업부문의 무역수지가 산업혁명이후 처음 적자로 전락한 것도 이런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소프트(SOFT)에 강하지만 하드(HARD)에 약하다』는 것도 영국산업의 특징으로 그 전형적인 예로 뉴미디어를 꼽을 수 있다.
영국의 전전공사 BT가 운영하는 비디오텍스 「프레스텔」은 세계 처음으로 상업화된 시스팀이다. TV의 문자다중방송은 이미 7년전에 실용화되어 BBC(영국방송협회)등 3개국이 방송중에 있으며 수신기도 1백만대 이상이 보급돼 있다. 고도정보화사회를 향해 영국은 최첨단을 걷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 기재의 성능이 떨어져 「프레스텔」을 이용할때 사용하는 전화는 잡음이 자주 일고 고장으로 불통되는 경우가 많아 영국제보다는 일본제가 많이 쓰이고 있다는얘기다. 결국 창조력이 뛰어 남에도 기술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영국의 노벨상 수상자는 과학부문만도 62명이나 된다. 인구비로 따지면 세계제일. TV도영국이 발명한 것이고 유전자공학·레이다·제트엔진등 현대과학기술의 발전에 영국이 공헌한 바는 적지 않다.
문제는 개발된 기술을 상품화하는 단계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력의 질과 능률이 변수로 작용하게 마련이다. 원래 「영국병」이라는 말도 영국노동자들의 게으름과 비능률을 일컫는 것이었다.
그 영국병이 가장 단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스트라이크(파업)의 빈번한 발생이었다.
그런데 최근들어 스트라이크 건수가 격감하고 있다.
『노동자의 의식이 변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고 『대량의 실업자 발생으로 노동자들이 일시 온순해 졌을 뿐』이라는 분석도 있으나 어쨌든 영국경제의 회복을 돕고있는 것 만은 틀림없다. 만약 노동자의 의식이 바뀌어 노사협조가 이루어지고 있는 징조라면 근본적인 영국병 하나가 치유될지도 모른다.
또 노동자의 태만이나 비능률이 국유기업이 많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어 「대처」수상은철저한 민영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대처」수상은 특히 실업감소등 경기회복을 위해 금융정책을 활용하려 하고 있다. 새 내각 발족후 잉글랜드은행은 시장개입금리를 인하, 시중은행이 기준대출금리를 내리도록 유도해 그 결과 기준대출금리가 0·5% 낮아져 지난15일부터 연9·5%가 되었다.
앞으로도 영국정부는 인플레진정상황과 파운드화시세등을 보아 가면서 잉글랜드은행으로하여금 저금리정책을 취하도록 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산업의 고질병은 쉽게 낫지는 않겠지만 과거산업혁명의 전통을 서서히 되살릴 수 있을지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런던=이제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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