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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대사관원40% 첨당기술을 노린다|주일 소1등서기판 추방을 계기로 알아본 실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5년전 미국에 망명한 전KGB(소련비밀경찰) 소령「레프첸코」는 『일본에 대한 소련스파이활동의 태반은 산업및 과학기술의 입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주일소련대사관에는 「라인X」라는 비밀사무실이 있어 그것이 소련스파이 활동의 본거지라고 폭로했다.
이번 주일소련대사관「비노그라도프」1등 서기관의 추방은 「라인X」활약상의 일단을 드러낸것이며 일본이 서방측의 일원으로서 대소기술방어조치에 가담했음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비노그라도프」는 처음부터 일본의 기술정보를 캐내기위한 목적으로 일본에 부임한것으로 알려졌다.
일본공안당국에 따르면 소련측은 일본히따찌(일립) 제작소의 간부사원 A씨가 처우에 불만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탐지, 그를 아는 일본인을 통해 접촉을 시도했다. 처음에는 어디에서고 입수할수 있는 자료를 요구해 A씨는 별 생각없이 요구하는 자료를 건네주었으나 점차 요구자료가 비밀에 속하는 사항으로 바뀌어 갔다.
「비노그라도프」는 A씨에게 군사적으로 큰 위력을 발휘할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세계 최고속의 슈퍼컴퓨터 HITAC(하이택) S·810등 극비자료의 제공을 요청하면서 정년퇴직후에는 소련이 자금을 지원해 산업스파이회사를 설립, 히따찌근무때와 같은 대우를 할것이라고 유혹했다.
그러나 「비노그라도프」의 입국때부터 그를 수상하게 보고 뒤를 조사하고 있던 일본경찰은 「비노그라도프」와 A씨와의 접촉장면등을 녹화하는 한편 A씨를 은밀히 불러 접촉내용등을 조사, 꼼짝할수 없는 증거를 잡은뒤 퇴거권고 결정을 내리게 된것이다.
소련측의 수법은 「비노그라도프」의 예이외에도 다양하다.
지난 80년 발주된 방위청스파이사건에서는 퇴직후의거취에 고민하는 전 방위청요원의 약점을 노리고 처음에는 주일소련무관과의 의견을 교환하는 선에서 접촉하다가 점차 관계를 깊게하면서 비밀을 캐내 나중에는 완전히 KGB의 에이전트로 만들었다.
현재 주일소련대사관직원은 「파블로프」대사이하 73명. 그중 40%는 각분야의 정보요원으로서 활동하고있으며 그 절반정도는 과학기술정보담당인 것으로 일본경시청은 보고있다.
이들은 「정보의 보고」로 일컬어지는 동경·요꼬하마(횡빈)등 거의 일본전지역에서 컴퓨터·시래믹스·광섬유등 일본이 보유한 첨단기술을 뽑아내기에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있다.
69년 발각된 「오단다라」사건도 KGB가 벌인 산업스파이활동의 또 하나의 예. 인도네시아인인 「오단다라」는 연수원이란 명목으로 일본에 건너와 회사로부터 은밀히 뽑아낸 기술관계비밀문서를 소련통상부원을 통해 모두 소련측에 넘겨주었다.
소련이 일본기업으로부터 선박을 구입하는 경우 먼저구매담당관이 선박검사라는 명목으로 일본에서 기술지도를 받아야한다고 장기간체류하면서 내부기술을 뽑아내는것도 하나의 수법으로 지목되고있다.
일본경시청공안부는 『기업에 기사라는 형태로 들어오는 소련인은 대체로 정보기관원이라고 보면 틀림없다. 기업측이 내놓지않는부분은 돈을 쓰거나 도둑질도 서슴치 않는다』고 KGB의 악랄한 수법을 밝혔다.
현재 기술지도등의 명목으로 일본에 체재하는 소련기술자는 유학생을 포함, 40∼50명에 이른다.
일본공안당국에 따르면 이번에 주역이된 「비노그라도프」와 연수명목으로 일본에 왔다가 돌아간 「카코린」등은 모두 「라인X」에 소속된 KGB일본지부의 중추간부였다. 그런만큼 「비노그라도프」에 대한 추방조치는 소련측에대해 적지않은 타격을 주었으리라는것.
소련이 군사용이나 인공위성궤도 계산등에서 고도의 컴퓨터기술을 발휘하면서도 컴퓨터등에 대한 기술정보수집에 열을 올리는 것은 군사용이나 인공위성 이외의 부문에서 개발이 뒤지고있기때문으로 일본의 관계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특히 서방각국이 개발한 고속컴퓨터나 그와 관련된 부품및 그이용기술(소프트웨어)에 눈독들이고있다.
소련의 산업스파이활동은 금년들어 특히 서방각국에서 꼬리가 잡혀 지난1월7일 스위스에서 외교관등 2명이 스파이활동으로 추방된것을 비롯, 금년들어서만 모두 13개국에서 75명의 소련인 외교관·기자·상사원등이 스파이 활동혐의로 추방되었다.
【동경=신성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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