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가에 부는 과거사 반성 바람] "과거 잘못 인정되면 대법원장이 사과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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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법원 내 유일한 여성 부장판사가 외부 기고문을 통해 법원의 과거사 비판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전수안(53.1976년 사법시험 합격.사진)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10일 발간된 참여연대의 '사법감시'에 기고한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를 꿈꾸며'라는 글에서 "과거 판결의 잘못이 인정되면 대법원장이 법원 대표로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위 법관이 공개적으로 사법부의 과거사 문제를 거론하고, 대법원장의 결단을 촉구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80여 명의 고법 부장판사 중 유일한 여성인 전 부장판사는 지난해 임명된 김영란 대법관에 이어 두 번째 여성 대법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뇌물 사건 등에 있어 엄한 판결을 종종 내렸으며, 대법원 조세연구관 등을 지내 조세전문가로도 통한다.

전 부장은 "(과거에) 인구에 회자되는 판결, 많은 판사가 의아해 하거나 일반 국민이 분노하고, 집안의 가족들도 눈총을 줬던 판결이 있었다"며 "확정 판결에 대한 비판은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거부할 수 없는 역사의 문제"라고 했다.

불합리한 법 조항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에 의존하지 말고 대법원장의 권위로 직접 문제점을 지적해 입법을 계도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통신비밀보호법 7조1항(국정원의 감청)과 국가보안법 7조5항(이적 표현물 제작.소지)을 예로 들었다.

전 부장은 "통비법 7조1항은 입법 당시부터 지적을 받고도 시행 10여 년이 지나도록 운용 실태에 대해 알려진 내용이 없으며, 국보법 7조5항은 92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소수 의견에 많은 판사가 공감하고도 이후 판결은 더욱 경직됐다"고 밝혔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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