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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뻔한 건 싫어, fun한 게 좋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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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사진=안성식 기자, 협찬= A.P.C.

옷을 왜 입는가. '춥지 않기 위해'부터 '남에게 멋있게 보이려고'까지 여러 가지 답이 있겠지만 요즘 신세대들은 이렇게 말하지 싶다. "내가 재미있으려고 입는다." 첨단 기능은 기본이고 소비자를 즐겁게 하지 못하면 더 이상 발붙일 수 없는 시대, 재미(fun)와 기술(technology)을 합쳐 만든 '퍼놀로지'라는 말은 신세대를 잡기 위한 요즘 패션계의 최고 화두다.

#청바지 물 빼려면 바닷물 속으로=영화 홍보회사에서 일하는 강은경(30)씨는 얼마 전 프랑스 패션 브랜드 아뻬쎄(A.P.C.)의 생지 데님(탈색 처리를 하지 않은 청바지)을 골랐다. 색다른 워싱(탈색)법이 눈길을 끌어서였다. 이 청바지 뒷주머니에는 '4가지 데님 워싱 레시피'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다. 요리법을 뜻하는 레시피(recipe)라는 말을 사용한 것부터 취향대로 색을 조절해 입으라는 뜻이 담겨 있다.

예를 들어 '바닷물 관리법'은 청바지를 최대한 더럽힌 뒤 바닷물에 담그는 식이다. 그 뒤 건조한 모래로 여러 번 반복하여 바지를 문지르고 깨끗한 물로 헹군 뒤 햇빛에 말린다. '초극단주의적 관리법'이란 청바지를 최대한 더럽힌 뒤 첫 세탁은 드라이 클리닝을 한다. 그런 다음 변하는 색을 즐기면 된다.

강씨는 "바닷물에도 담그고 싶었지만 바빠서 그냥 세탁기로 빤다. 빨 때마다 조금씩 탈색이 되니 사람들이 매번 바지 새로 샀느냐면서 물어본다. 햇볕에 말리니 색도 바래보여 재미있다"고 말했다.

아뻬쎄를 수입 판매하는 인터웨이브 김성민 대표는 "요즘은 빈티지(오래된 듯한 느낌을 주는 의상)가 유행이다. 아뻬쎄 생지 데님은 자신이 옷을 입으면서 빈티지로 변해가는 과정을 즐기는 옷"이라고 설명했다.

#우와! 옷 색깔이 변하네=즐거움 속에 최첨단 기술이 숨쉬는 제품도 있다. 스포츠웨어 업체인 푸마의 고급 라인'푸마 컬렉션(푸마 블랙스테이션)'에서 내놓은 의류가 대표적이다. 푸마가 일본 디자이너 미하라 야스히로와 공동으로 작업한 '미하라 코업 라인'옷은 온도에 쉽게 반응하는 특수 나일론 섬유를 사용했다. 검은색 옷이지만 체온이나 외부 온도에 의해 옷이 따뜻해지면 'take it easy','don't worry','enjoy life'등 다양한 문장이 등장한다.

푸마 컬렉션을 수입 판매하는 민트트레이딩 마케팅팀 조화순 대리는 "자신만의 특별한 옷을 갖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타깃"이라고 말했다.

#오늘 의상은 손목시계가 결정한다=온라인 기프트 앤 플라워숍'라마라마'운영자인 정은정(27)씨는 더 이상 아침마다 무슨 옷을 입을지 고민하지 않는다. 시계 전문 업체인 스와치가 만든 '스와치 터치'에서 나온 '스와치 터치 게임 드레싱 데이'덕분이다.

이 시계는 눈금에 여러 가지 스타일을 뜻하는 말이 새겨져 있다. 다이얼을 툭 치면 그날 입을 스타일을 가리킨다. 손목 시계를 보는 도구에서 만지는 도구로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물론 한 번 치면 초침과 분침이 하나로 뭉쳐져 움직이고 특정 스타일을 가리킨 뒤엔 다시 원상 복귀된다. "파티에 갈 때 일부러 차고 가서 사람들과 친해지는 도구로 사용한다"는 게 정씨의 얘기다.

스와치 터치는 드레싱 데이 외에도 건드리면 불이 켜지는'루미', 용두를 조작해 간단하게 알람 시간을 맞춘 뒤 알람이 울릴 때 다이얼을 툭 치면 멎는'알람', 역시 다이얼을 치면 다른 나라의 시간을 가르쳐주는'바이 타이머'등 여러 종류가 있다.

#나만 느끼는 재미=최첨단 기능을 내 맘대로 사용하도록 고안된 제품도 있다. 15년 전 출시돼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리복 펌프'를 기억하시는지. 신발 안에 공기를 주입할 수 있도록 디자인돼 눈길을 끌었다. 올해 리복은 펌프의 업그레이드 모델인 '펌프 랩쉬어'를 내놨다. 일일이 공기를 주입했던 기존 펌프에 비해 자동으로 공기가 주입되며 온오프(on/off) 기능이 추가돼 원하는 대로 켜고 끌 수 있다. 한국리복 마케팅부 진정태 부장은 "첨단 기술뿐 아니라 조작의 재미를 제공해 소비자의 감성적 측면을 충족시키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아디다스에서 내놓은 '아디다스 원'도 신기하다. 신발 밑창에 마이크로 프로세서와 자석, 센서를 달아 신발이 알아서 쿠션을 조절하는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 신발이다. 그렇지만 역시 뛰는 사람의 발이 느끼는 쿠션의 정도는 천차만별인 법. +,- 버튼을 장착해 사용자가 직접 쿠션의 정도를 조절하는 기능도 추가됐다. 아디다스 코리아 문미경 과장은 "러닝화이면서도 젊은 얼리 어답터들에게 호응이 좋다. 직접 신발의 쿠션을 조절해 보는 재미가 어필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도연 기자 <lumiere@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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