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니파 무장세력 조직 ‘이슬람국가(IS)’는 72시간 내에 2억 달러(약 2180억원)를 주지 않으면 억류 중인 일본인 인질 2명을 참수하겠다고 위협하는 동영상을 20일(현지시간) 공개했다. IS가 운영하는 알푸르칸 방송을 통해 공개된 이 영상에서 복면을 한 남성은 왼손에 칼을 쥔 채 영국식 억양으로 “일본의 총리에게”라고 말을 시작했다. 일본인 두 명은 주황색 옷을 뒤집어쓰고 뒷짐을 진 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
복면의 남성은 “당신(아베 신조 일본 총리)은 IS로부터 8500㎞ 이상 떨어진 곳에 있을지 모르나 스스로 (IS에 맞서는) 십자군 참여를 지원했다. 당신은 우리 여성과 아이들을 살해하고 이슬람 교도의 집을 파괴하는 데 1억 달러를 자랑스럽게 기부했다. IS에 대항하는 병사들을 훈련하기 위해 또 1억 달러를 기부했다. 일본 국민이여. 당신네 정부의 바보 같은 결정 때문에 당신들은 2명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72시간 내에 일 정부로 하여금 우리에게 (기부 금액과 같은) 2억 달러를 지급하라고 압력을 넣어야 할 것이다. 아니면 이 칼이 악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지(時事)통신은 20일 “이는 지난 17일 이집트를 방문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연설에서 ‘IS 대책으로 2억 달러의 지원을 하겠다’고 한 데 대한 보복 조치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 정부는 이날 동영상이 공개된 직후 총리 관저 내 위기관리센터에 긴급대책본부를 설치하고 현지 정보 수집에 나섰다. 아베 총리도 20일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의 회담 일정만 소화하고 급거 귀국하기로 했다.
아베 총리는 또 순방 중인 이스라엘 현지에서 긴급 회견을 갖고 “(IS의 몸값 요구 관련) 테러에 굴하지 않고 테러와의 싸움에 이바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두 명의 일본인 중 한 명은 유카와 하루나(湯川遙菜·42)로 확인됐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유카와는 지난해 1월 민간 군사회사인 PMC를 설립해 운영해 왔으며 지난해 6월 자진해서 시리아로 떠났다. 다른 한 명은 1996년 영상통신사 ‘인디펜던트 프레스’를 세운 저널리스트 고토 겐지(後藤健二·48)로 확인됐다. 고토는 중동과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전쟁 및 난민 문제를 취재해 왔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서울=하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