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테러 막는 정예 요원이 '화이트 해커'… 미국 8만, 한국 250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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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우리 속담에 ‘한번 엎지러진 물은 주워담을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이버 테러가 바로 그렇습니다. 중요한 정보가 물처럼 다 빠져나간 다음에 범인을 잡는다 한들 수많은 사람들이 입은 경제적·심리적 피해는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죠. 세계 여러 국가들은 발 빠르게 철통 사이버 보안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정보기술(IT)·과학기술이 가장 뛰어나다는 미국을 한번 볼까요. 미국은 이미 2012년부터 ‘대통령 정책명령 20’이란 행정명령으로 사이버 공격 대상 기관을 선정하고 공격을 받으면 ‘적에게 사전 선전포고 없이 즉각 목표물을 공격하라’는 지침을 내려놨습니다. 사이버전을 총괄하는 사이버사령부에 6000여 명의 정예 병력을 배치하고 전투기나 탱크 같은 전통적인 국방비를 줄이는 대신 사이버 작전 수행비로 연간 50억 달러(약 5조5000억원)의 돈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사이버 정예 병력이 바로 앞에서 잠시 언급했던 ‘착한 해커’, 일명 ‘화이트 해커(white hacker)’ 입니다. 이들은 뛰어난 해킹 실력으로 사이버 테러를 막고, 보안 취약점을 연구해 해킹 방어전략을 짜는 정보보안 전문가들입니다. 미국에 약 8만 명, 중국엔 약 30만 명의 화이트 해커가 활동중이에요. 심지어 북한에도 1만2000명이 넘는 화이트해커가 있는데 한국엔 겨우 250여 명으로 추산됩니다. 해커라고 하면 무조건 ‘나쁜 거 아냐?’라고 보는 사회적 편견이 있으니까요. 다행히 정부는 화이트해커 1000명 양성계획을 발표했고 서울시도 2014년 3월 최초로 화이트해커를 공무원으로 공개 채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방부 역시 정보보호 전문 부사관과 과학기술 전문사관 제도를 도입했고요. 민간 기업들의 움직임도 활발합니다.

 안랩은 청소년 보안교실인 ‘V스쿨’에서 중·고교 할생들에게 보안 교육을 하고, 라온시큐어는 국내에서 보기 드물게 ‘화이트햇 센터’를 만들어 화이트해커로 구성된 연구·강사진을 갖추고 보안연구와 교육을 하고 있답니다. 네이버에선 해킹을 소재로 한 웹툰을 연재하는 등 보안의 중요성을 대중에게 알리고 있습니다. 진정한 IT강국은 최고의 보안기술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는 인식이 빠르게 퍼져가고 있습니다.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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