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여인」대처수상의 가정|전형적인 영국의 「보통사람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난주 총선에서 「처칠」이래 최대의 압승을 거둔 「마거리트·대처」수상은 집권4년 동안 서방세계에서 『철의 여인』이란 별명을 들을 정도로 강인한 결단력과 추진력을 과시 해 왔다.
그러나 일요일마다 염색을 새로 하지 않으면 금발대신 백발이 드러날 정도로 57년간의 투쟁적인 일생을 보내온 그녀가 남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피도 눈물도 없는 여성은 아니다.
휘황한 왕실의 그늘에 가려 어쩌면 보호를 받아온 셈인「대처」수상의 사생활은 그녀가 이번의 승리로 『위대한 영국의 지도자』로 부각되면서부터 새삼 언론의 표적이 되고 있다.
한 정치가는 그녀의 단호한 성격을 가리켜 『그녀가 나를 쏘아보면 나는 달려드는 자동차의 헤드라이트에 포착된 한 마리의 토끼 같은 기분이 된다』고 실토했다.
사람들은 이 같은 여성이 한 남성과 가질 수 있는 관계란 도대체 어떤 것일까 하고 의심을 가질지도 모르지만 그녀가 무뚝뚝한 남편 「데니스」를 위해 때때로 아침식사를 마련해 준다는 것을 알면 아마 놀라게 될 것이다.
지난51년 결혼한「데니스」씨는 현재 68세로 자신의 화공약품회사를 경영하다 은퇴했으며 정치에는 별 관심이 없는 골프와 럭비 광으로, 요리는 할 줄 모른다.
「대처」수상은 몇 년 전 한 여성잡지와의 대담에서 자신은 마음속으로는 낭만주의자이며 진심으로 사랑이란 것을 믿는다고 말한 적도 있다.
「대처」부부는 침실을 따로 쓰고 있다. 그러나 아내가 우울하고 자신이 없을 때면 「데니스」씨는 놀라울 정도로 열심히 아내를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워준다는 소문이다.
강경한 우파로 아내의 가장 열성적인 팬인 그는 때때로 기자회견에서『형편없이 멍청한 질문』이라든가 『러시아로 돌아가지, 이 사람』이라는 말을 중얼거려 소동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대처」일가의 생활은 몇 가지를 빼놓고는 전형적인 영국 중류가정의 생활양식과 다를 것이 없다.
「대처」수상은 최근 인터뷰에서 『우리 집은 그저 보통가정』이라며 『우리가족 사이에는 애정이라는 커다란 유대가 있다』고 말하기도.
그녀는 참으로 정력적인 일꾼으로서 새벽까지 서류더미에 파묻히는 일도 있으나 상오6시면 어김없이 일어난다.
이들은 켄트주에 14세기의 성을 빌고 있으며 주말에는 「체커스」수상별장에서 29살의 쌍둥이 남매「마크」「캐럴」과 그들의 친구들이 잔디밭에서 「데니스」씨와 골프연습을 한다.
또 드물기는 하지만 「데니스」씨가 『가게』라고 부르는 다우닝가10번지 관저에는 저녁때 친구들이 초대돼 정치적인 이야기와 위스키를 나누기도 한다.
지금은 판매 고문직을 맡고있는 아들 「마크」는 부모와 함께 살고 있으나 한때 자동차경주를 직업으로 택해 부모의 속을 태우기도 했으며 이때 사하라사막에서 실종되는 바람에 어머니 「대처」수상이 대중 앞에서 눈물을 보이게 만들었던 장본인.
한때 기자생활을 하다 변호사가 된 딸 「캐럴」은 첼시에 있는「대처」가의 테라스가 달린 집에서 아무의 주목도 받지 않고 살고 있다. 【로이터=연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