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군, 아랍어 하는 남성과 시리아 난민촌 마을로 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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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군으로 추정되는 트위터 사용자가 `ISIS(이라크 시리아 이슬람국가)에 합류하고 싶다. 어떻게 하면 되나?` 라는 글을 지난해 10월 올렸다. `우선 터키로 가라. 그러면 쉽게 합류할 수 있다`는 답글이 달려 있다. [김군 추정 트위터 계정 캡처]

터키에서 사라진 한국인 김모(18)군이 실종 당일 아랍어를 하는 남성과 함께 시리아 난민촌 주변으로 이동한 것으로 밝혀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20일 “터키 경찰이 우리 공관으로부터 김군의 실종 신고를 받은 직후 호텔 주변의 폐쇄회로(CC)TV 화면을 분석한 결과 김군이 호텔을 나와 한 남성과 만난 뒤 차량으로 이동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터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김군은 10일 오전 8시쯤 배낭을 메고 호텔을 나왔고, 호텔 맞은편의 모스크 앞에서 잠시 서성였다. 8시25분쯤 한 남성이 나타나 김군에게 손짓을 했고, 김군은 이 남성에게 다가가 함께 검은색 카니발 차량에 탑승했다. 시리아 번호판을 단 차량이었다. 주변이 어두워서 김군에게 손짓한 남성의 얼굴은 CCTV 화면상으로는 식별이 힘들다고 한다.

차량은 25분 정도 달려 킬리스에서 동쪽으로 약 18km 떨어진 베시리에 마을에 있는 시리아 난민촌 근처에 도착했고, 두 사람은 이 곳에서 내린 이후 사라졌다. 터키 경찰이 이후 난민촌에서 김군과 비슷한 인물을 목격했는지 탐문수사를 실시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터키 경찰이 김군이 탔던 차량 운전자의 신병을 확보해 조사한 결과 이 차량은 불법 영업 택시인 것으로 밝혀졌다. 시리아 국적의 운전자는 경찰에서 “한 남성이 오전 7시30분쯤 다가와 8시30분경까지 모스크 앞으로 와달라고 했다. 그리고 베시리에 마을에 내려준 것이 전부”라고 진술했다. 이 남성은 운전자와 아랍어로 이야기했고, 두 사람은 뒷좌석에 앉아 이동하는 내내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두 사람이 신분 노출을 우려해 의도적으로 침묵을 지킨 것 같다”고 말했다. 김군이 사전에 접선을 계획하고 터키에 갔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부분이다. 킬리스가 외국 청년들이 시리아로 넘어가 이슬람국가(IS)에 가입하는 주요 경로로 주목받자, 터키 군경의 경계를 피하기 위해 베시리에 마을로 이동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군의 행적이 일부 확인되면서 IS 가담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국경 검문소를 통해 시리아로 입국한 기록은 없지만, 900km가 넘는 국경에 검문소는 열세곳 뿐이라 불법 월경도 충분히 가능하다. 정부는 김군이 이미 시리아로 넘어갔을 가능성도 분명 있지만, 확정적으로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시리아 난민촌을 통하는 것이 IS에 가담하는 일반적인 경로는 아니다. 시리아 번호판을 단 차량이라고 해서 꼭 시리아 차란 의미도 아니다”라며 “정부는 주터키 한국 대사관 직원 3명을 현장에 상주시켜 터키 경찰과 협력하고 있으며, 주변국에도 지원을 요청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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