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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밝고 아름답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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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부산시 기장군청 청소년 수련관에는 최근 새 명소가 한 군데 더 늘었다.

대강당 남쪽 벽면에 가로.세로 각 8m크기의 대형 벽화 때문이다. 해바라기와 바다 등을 소재로 그린 이 작품앞은 사진 촬영을 하는 신혼커플과 청소년들의 약속 장소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부산시 자원봉사센터 벽화 그리기 봉사단 10여명이 지난 3월부터 6주간에 매달려 이달 초 완성했다.

벽화를 기획한 김민구(28.경남정보대 산업디자인학부 2년)씨는 "청소년들이 많이 이용하는 수련관의 이미지를 살려 희망과 활기찬 생명력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봉사단은 1997년 9월 '삭막한 도시를 밝고 아름다운 도시로 가꾸자'는 취지로 10여명으로 출범했다.

그동안 벽화봉사단을 거쳐간 회원수는 40여명.

일요일마다 15명 정도가 벽화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20~50대인 이들은 대학에서 그림을 전공한 화가.디자이너들이다. 그림을 좋아하는 평범한 직장인과 가정주부들도 10여명 된다.

회원중 가장 나이가 많은 임명출(53.부산시 남천동)씨는 "잿빛 옹벽이나 담장을 예쁜 그림으로 단장해 거리 분위기를 바꿔 놓고 싶어서 벽화 자원봉사단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봉사단은 지금까지 문현로터리옆 일성산업 외벽과 광남초등학교.금강공원.양로원 벽면 등 부산지역 30여곳에 벽화를 그렸다.

벽화 자원봉사를 연 인원으로 따질 경우 2천여명이 넘는다.

98년에는 전북 장수경찰서의 요청으로 원정 봉사도 했다. 이들이 그리는 벽화는 큰 것은 2백m가 넘는다.

일성산업 벽화는 가로 2백10m.세로 2m크기의 대작이다. 이 벽화를 도안한 김현지(29.여.인테리어)씨는 "부산의 바다.산.도시풍경 등 4계를 그리면서 사람과 주변환경에 조화를 이루도록 하기위해 고심했었다"고 밝혔다.

자원봉사센터를 통해 "벽화를 그려달라"는 요청을 받으면 먼저 현장답사를 통해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회원들의 토론을 거쳐 주변 환경에 적합한 주제를 정해 시안을 그린다.

완성된 시안을 확대해 옹벽이나 벽면에 밑그림을 그리고 회원들이 채색한다.

벽화 그리는데 드는 페인트 등 재료는 벽화 봉사를 요청한 기관.단체에서 대주고 노력봉사에 참여한 회원들의 식사비만 실비부담토록 하고 있다.

이 봉사단의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서순호(32)씨는 "벽화 봉사단의 활동상황이 알려지면서 최근 벽화 주문이 몰린다"고 말했다.

이번주에는 동래구 사직동 송월타올 벽면(길이 34m)에 벽화 주문을 받고 현장답사와 시안을 구상중 이다.

자원봉사센터 벽화 봉사단 공은숙 간사는 "도시인들의 마음을 구분 짓는 경계인 벽에 자연과 동화될 수 있는 그림으로 장식해 밝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허상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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