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처럼 신입사원 때부터 '반퇴교육' 시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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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이나 정부의 인생 이모작 프로그램은 대부분 정년에 초점을 맞춰져 있다. 이와 달리 외국에선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생애 커리어 관리를 한다.

반퇴시대 <3> 평생 경력 리모델링하라
집 장만 → 자녀교육 → 퇴직 후 설계
도요타, 연령별로 매니저 역할
일본 70년대부터 프로그램 운영
독일, 근로자별로 상담사 배정
재취업 불만족 땐 무료 재컨설팅

도요타는 20년 전부터 생애디자인(Life Design) 교육제를 시행하고 있다. 20~30대에게는 주택 보유, 자녀교육과 같은 사회 초년생으로서 윤택한 가정을 꾸리기 위한 준비작업을 착실히 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학자금과 같은 가계 지출이 많은 40대에는 수입과 지출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재테크 교육과 함께 노후생활 계획을 작성토록 컨설팅한다. 50대에 들어서면 퇴직 후 회사와 가정생활을 보다 풍요롭게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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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별 프로그램에는 근로자 부부가 함께 참여한다. 회사가 생애 매니저 역할을 대신하는 셈이다.

 브리지스톤도 30대까지는 카드 사용법, 정신건강 관리법, 집 장만 요령 등을 가르친다. 40대에는 재산 형성 요령, 국가의 연금제도 정보를, 50대 이상에게는 사회보장제와 건강, 노후 삶의 균형을 이루는 방법을 교육한다. 일본은 이런 프로그램을 1970년대부터 도입했다. 오일쇼크로 자회사 전출이나 불가피하게 구조조정을 하게 되자 노조와 협의해 운용하기 시작했다. 80년대 들어 고령화가 급진전되자 퇴직 준비 세미나로 진화했고 90년대 말 아시아 외환위기 때 생애 경력관리 프로그램으로 발전시켰다.

 독일 아우토비전은 근로자 개인별로 상담사를 배정한다. 적성검사와 경력관리는 물론 집단 오리엔테이션도 수시로 한다. 이를 통해 근로자 개인의 경력관리 파일을 만들고 유사시 재취업이나 금융관리가 가능하도록 돕는다.

재취업했다가 만족하지 못하면 아우토비전에서 무료로 재컨설팅도 해준다. 미쓰비시상사는 사내에 경력 디자인(Career Design)실을 설치해 재무·회계·정보통신·재테크 같은 다양한 코스를 마련했다. 근로자가 특정 코스를 선택하면 맞춤형 컨설팅을 한다.

 이런 형태의 생애 경력관리뿐 아니라 대규모 실직과 같은 위기 상황에선 별도의 재취업 집중 프로그램으로 해고자의 상당수를 일터로 보내기도 한다.

스웨덴 볼보자동차는 2008년 판매율이 18.3%나 격감하는 위기 상황에 몰리자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전 세계적으로 무려 6000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그러나 대량해고 전 볼보는 위기 상황 속에서도 해고 대상자를 상대로 개인 상담과 코칭, 구직 훈련을 집중적으로 실시했다.

관련 회사 관계자를 불러 채용박람회도 열었다. 관리자는 헤드헌팅 회사와 연결해주고 비용을 댔다. 이런 노력 덕분에 생산직 근로자의 경우 80%, 사무직은 40%가 새 일자리를 찾았다.

특별취재팀=김동호·김기찬 선임기자
박진석·박현영·염지현·최현주·박유미·김은정 기자
hope.bant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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