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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 사냥에 나서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사람들은 도대체 언제, 어디서 짝을 만나는 걸까? 직장생활을 시작한 후로 일에 치여 남자는 고사하고 친구들을 만나기도 힘들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소개팅도 끊긴 지 오래. 결국 방법을 물색하다 ‘그룹 데이팅’을 알게 됐다. ‘그룹 데이팅’은 젊은 남녀가 모여 참가비를 내고 게임이나 파티를 즐기면서 이상형을 찾는 새로운 방식의 매칭 프로그램을 말한다. 3년 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침체된 일본 상권에 젊은 층을 유입하고자 열린 대규모 소개팅 ‘마치콘’을 시작으로 한국에서도 ‘새미프’ ‘미팅할래’ ‘오늘 미팅’ 등 다양한 ‘그룹 데이팅’ 업체들이 운영되고 있다. ‘과연 처음 만난 사람들과 어색하지 않을까?’ ‘그 안에서 짝을 찾는 게 진짜 가능할까?’ 직접 부딪쳐보기로 했다.

슬로 슬로 퀵퀵!
지인 추천제로 운영되는 ‘그룹 데이팅’ 프로그램 ‘슬링’. 이미 모임에 몇 번 가봤다는 선배 덕에 파티에 참석할 수 있었다. 상대에 대한 매너를 지키기 위해 러블리한 정장을 입고 오라는 공지에 따라 오랜만에 스커트를 입었다. 이날 파티의 컨셉트는 5개 국가가 대항하는 ‘왕좌의 게임’ 내 이름이 적힌 ‘에로 키티국 18번’ 좌석에 앉자마자 스피드 퀴즈, OX 퀴즈, 스킨십이 필요한 게임 등이 빠르게 진행됐다. 게임이 끝난 후 태워주겠다는 한 남자의 고급 외제차로 뒤풀이 장소까지 이동했다. 낯선 남자와의 드라이브임에도 특별한 느낌이 오지 않았기 때문에 술집에 들어가자마자 쿨하게 헤어졌다. “회계사가 많다고 해서 와봤어요.” 옆자리 여성의 말처럼 뒤풀이에 온 사람들은 의사, 한의사, 회계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은 일상적인 대화만 나눌 뿐 이성을 사로잡기 위해 전투적인 모습을 보이진 않았다. 더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현재 공보의라는 한 연하남에게 돌직구를 날렸다. “연상녀와의 연애 어때요?” 그는 잠시 당황한 듯 보였지만 이내 “여자친구 있어요. 그냥 인맥을 넓히려고 온 거예요”라며 멋쩍게 웃었다. 그러자 오늘로 이 모임에 다섯 번째 참석한다는 한 여성이 내게 귀띔했다. “여긴 소모임이나 번개에 꾸준히 나오면서 지켜보다가 괜찮은 사람이란 확신이 설 때 ‘행동’하는 경우가 많아요. 한 다리 건너면 아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기도 하고요.”

내겐 너무 어린 너
일주일 후, 온라인 기사를 통해 알게 된 ‘새미프’의 ‘연극과 치맥 파티’에 참석했다. 이번엔 ‘큐트’라는 드레스 코드에 맞춰 사랑스러운(?) 정장 차림으로 대학로에 있는 한 소극장에 도착했다.
일단 로맨스 연극 &lt사랑과 우정 사이&gt를 관람했다. 연극이 끝난 뒤 본격적인 짝 찾기가 진행될 ‘치맥 파티’ 장소로 이동했다. 스태프가 나눠준 명찰을 가슴에 달고 30여 명의 남녀가 마주 앉으니 어색함에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인사를 나누고 오늘 본 연극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금세 친해졌다. “마지막으로 키스한 게 언제예요?” “좋아하는 남자 스타일은?” 맥주 때문에 취기가 슬슬 오르자 사람들은 나이(20대만 참석 가능했던 이날 모임엔 남자는 22~29세, 여자는 24~27세가 대부분이었다)와 이상형 같은 개인적인 질문을 하며 관심 가는 이성에게 눈길을 주고 있었다. 밤 9시, 파티가 끝났다. 그때 앞자리에 앉은 남자(24세의 대학생)가 내게 물었다. “얘기 좀 더하고 싶은데, 2차 갈래요?” 

결국 나의 ‘짝 찾기 프로젝트’는 두 번 다 실패로 끝났다. 첫 번째는 급한 성격 탓에 상대에게 다짜고짜 들이댄 것이 문제였다. 추억의 개강 파티가 떠올랐던 두 번째는 편하고 재미있었지만 대학생인 그들과 직장인인 나 사이의 괴리감이 컸다(미안하다. 누나 나이가 좀 많다). 만약 나이와 성향에 잘 맞는 모임을 선택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룹 데이팅’의 ‘커플 성공률’은 꽤 높은 편이었다. ‘슬링’ 관계자에 따르면 모임에 나온 사람 중 약 20~30% 정도가 진지한 사이로 발전한다고 한다. ‘세미프’의 경우도 자체적으로 설문조사를 해본 결과 당일 번호를 교환하는 사례가 하루 평균 2건 이상이라고. 꽤 긍정적인 수치를 응원 삼아 한 번쯤 ‘그룹 데이팅’에 나가보는 것도 좋을 듯. 프로그램만 잘 선택한다면 1:1 소개팅보다 효과적으로 짝을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커플이 되지 못하더라도 소셜 네트워크를 확장할 수 있으니 가만히 앉아 짝을 기다는 것 보다 손해는 아닐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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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보라 엘르 기자, 김란=아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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