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이주 러시 강동구…아파트값·전셋값 들썩들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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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울 주택시장에서 강동구가 주목받고 있다. 고덕주공2 단지 등 강동구 일대 재건축 단지들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이주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는 크게 두 가지를 의미한다. 강동구발(發) 전세대란과 강동구 일대 재건축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다는 점이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서울 고덕동에 짓는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는 주변환경이 쾌적하고 교육여건을 잘 갖추고 있다.

고덕지구 8000여 가구 이주 시작

서울시와 강동구청에 따르면 올해 강동구 고덕동 일대 고덕지구에서만 8000여 가구가 이주를 시작한다. 고덕 주공4 단지는 최근 이주를 시작했고, 인근 주공2 단지는 3월부터 이주한다. 이 때문에 이미 주변 주택시장에는 전세난이 가중되고 있다. 강동구 둔촌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사장은 “주공4 단지가 이주를 시작하면서 지난해 말부터 전세 물건이 씨가 말랐다”고 전했다. 이 일대 전셋값은 주택형별로 최근 한 달 새 최고 3000만원 정도 뛰었다. 내년에는 주공5·7 단지가 이주를 시작할 계획이다. 주공3·6 단지도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이르면 연내 이주 계획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재건축 단지들이 줄줄이 이주를 시작하는 데다, 이주부터 완공 후 입주 때까지 통상 4년 정도가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셋값이 폭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덕동의 A공인 관계자는 “이주 시점부터 입주 때까지 4년이라고 치면 임대차 계약을 두 번 해야 하는 셈”이라며 “여기에 순차적인 이주 수요와 서울 전셋값 상승률을 고려하면 강동구 전셋값이 폭등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주변 입주 예정 아파트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부동산시장 전문가는 “특히 이주비 등으로 주변의 입주 예정 새 아파트나 재건축 단지 중에서도 이미 착공한 물량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며 “전셋값 급등으로 인한 주거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고 재건축 사업으로 인한 시세 차익까지 기대할 만한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재건축 사업에 속도가 붙으면서 주변 아파트 값은 오름세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의 평균 아파트 값은 최근 3년간(2011년 12월~2014년 12월) 8.77% 하락(평균 5억3900만원→4억9177만원)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1.65%가 오르며 상승세로 돌아섰다. 재건축 규제 완화 등으로 주택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덕분이다.

고덕동 B공인 관계자는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재건축 아파트 매수세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재건축조합원이라면 목돈 부담을 덜 수 있어 또 다른 내 집 마련 기회라는 설명이다. 이주가 시작되면 조합과 금융권으로부터 이주비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이주가 시작되면 시공사 측에서 원활한 이주를 위해 보유한 지분에 따라 억대의 이주비를 무이자로 지원하는 예가 많다. 이를 이용해 중도금·잔금을 치르면 추가 대출을 받지 않아도 되는 등 금융 부담이 확 준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서울 주택시장의 회복세가 뚜렷한 만큼 자금에 여유가 있는 이주 대상자려면 재건축사업 인근 새 아파트를 눈여겨 볼 만하다”고 말했다.

재건축 아파트 가격·계약률 껑충

이런 이유 등으로 고덕주공1 단지를 재건축한 고덕 아이파크와 고덕 시영을 재건축한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는 몸값과 계약률이 최근 껑충 뛰었다. 지난해 1월 6억2000만~6억8000만원 선이던 고덕 아이파크 전용면적 84㎡는 1월 현재 6억5000만~6억9500만원 선에 거래된다. 고덕 아이파크 아파트 몸값이 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축 공사가 한창인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도 저렴한 분양가 등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아파트 분양 관계자는 “기반·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입주 시기가 인근 재건축 단지 이주 시기와 맞물리면서 계약률이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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