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감사팀도 "공영성 미흡"… 작년 638억원 적자 낸 KBS 경영혁신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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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문광위 한나라당 박형준 의원이 3일 입수한 '혁신안에 대한 감사 의견'에서 감사팀은 "KBS는 지금도 일부 시청자로부터 프로그램의 공정.중립성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특정 이해집단의 이익에서 벗어나 공정.중립성 있는 프로그램으로 KBS적 가치를 추구해야 시청자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견서는 이사회에 정식으로 제출됐다.

감사팀은 의견서에서 "1년여 전 시행한 팀제는 일부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 내용 및 예산 집행에 대한 '게이트 키핑(내부 검열)'기능을 현저히 약화시켰다"고 주장했다.

구조 개편에 대해서도 반론을 폈다. "스포츠.드라마 센터 신설 등 조직 확대보다 분사를 포함한 다각적 구조조정이 검토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대규모 적자 원인 중 하나인 제작비 초과 사용 행태에 대해서는 "불이익을 주는 시스템을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사회에 참석했던 한 이사는 "일단 5일 다시 회의를 열어 논의키로 했다"고 말했다.

◆ 여야 의원 "KBS, 도덕적 해이 심각"=이와 별도로 국회 문광위 여야 의원들은 3일 자신들이 입수한 국감 자료를 통해 KBS의 부실 경영과 일부 직원의 부도덕한 행태 등을 공개했다.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KBS의 다큐멘터리.교양 부문 외주 제작사 40개 중 절반이 넘는 21개의 대표자가 KBS 출신"이라며 '제 식구 감싸기' 의혹을 제기했다. 민 의원 측은 "최근 5년간 KBS 외주 제작 드라마의 67%(16편)를 3개 외주 제작사가 독차지했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은 KBS의 자체 특별감사 자료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예능국의 한 고위 간부는 지난해 방송 출연 가수 측으로부터 한 병에 137만원짜리 프랑스산 포도주와 고급 식사를 접대받고 적발됐다. 영상제작국의 한 직원은 지방 녹화 뒤 회식 자리에서 예술단 여성 관계자의 목.가슴을 껴안고, 남자 단원의 뺨을 때렸다가 징계받았다. 지방 총국의 한 PD는 가짜 출연자를 만들어 2800여만원을 빼돌렸다 탄로났고, 한 아나운서는 화장품 업체의 홍보 인터뷰에 등장해 겸직 금지 조항을 위반했다.

KBS가 추진 중인 수신료 인상에 대해서도 내부 반론이 제기됐다. 한나라당 정종복 의원이 입수한 지난해 12월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한 참석자는 "(수신료는) 준조세 성격을 띠고 있다"며 "이렇게 편파성 시비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인상을) 추진하다가 뜻대로 되지 않으면 쇼크가 대단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참석자는 "국민의 71.7%가 수신료 인상에 반대하고 있다"며 "내부 직원들도 비관적 반응이 많다"고 덧붙였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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