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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호메트 풍자 만화, 서구에 신성 모독 논쟁 촉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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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 모독에 대한 법은 없다.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프랑스의 마뉘엘 발스 총리의 13일(현지시간) 의회 발언이다. 신성 모독이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는 의미다. 그는 “반유대주의·인종주의 등 범죄와 자유는 근본적 차이가 있다”고 했다. 샤를리 에브도식 풍자에 대한 지지였다. 의원들은 큰 박수로 동의했다.

최신호에서도 선지자 마호메트에 대한 풍자를 이어간 샤를리 에브도도 “신성 모독도 권리”(샤를리 에브도 측 변호사)란 입장을 견지했다. 이날 제작진 기자회견에서 만평가 뤼즈는 “미안하다 이번에도 마호메트를 그렸다. 우리가 그린 그는 그저 눈물을 흘리고 있는 남자”라며 “그를 봐라. (극단주의자들이) 낙인 찍은 것보다 훨씬 동정적이지 않은가”라고 했다. 자신이 그린 마호메트가 눈물을 흘리며 “나는 샤를리다”란 팻말을 들고 있는 표지 만평에 대한 해설이었다. 그는 이날 눈물을 흘리며 “나는 (이번 테러로 희생된) 샤를리고 경찰이고 유대인이며 무슬림이며 또 무신론자”란 말도 했다.

이 같은 프랑스적 ‘전통’에 대해 여타 서구 언론들은 좀 다르게 반응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와 영국의 가디언,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너는 만평을 게재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뉴스 가치 때문”이라며 조그맣게 실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는 “특정 종교를 불필요하게 자극할 수 있다”며 게재하지 않았다. NYT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는 ‘나는 샤를리가 아니다’란 칼럼에서 “샤를리가 표현의 자유를 위한 순교자처럼 찬양되고 있지만 그 잡지에 실렸던 풍자 만화는 증오 표현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서구사회에서 표현의 자유 한계에 대한 논쟁이 벌어진 격이다.

이슬람 국가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율법 해석 권한이 있는 이집트의 이슬람기구인 다르 알이프타는 “15억 무슬림에 대한 정당화될 수 없는 도전”이라며 “프랑스와 서구사회에 새로운 증오의 물결을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의 한 매체도 “샤를리 에브도가 또 예언자를 모독했다”고 비판했다. 추가 테러 위협도 나오고 있다.

한편 옥스퍼드대 출판부가 청소년용 교재 저자들에게 돼지나 베이컨·소시지 등을 다루지 말라는 지침을 줬다고 영국의 데일리메일이 이날 보도했다. 돼지를 불결한 동물로 여기는 유대인·무슬림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라고 한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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