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563. 까발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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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사람들이 통속적으로 널리 쓰는 '까발기다'는 표준어가 아니다. '까발리다'라고 써야 한다.

'까발리다'는 '까다+발리다'의 구성으로 '껍데기를 벌려 젖히고 속의 것을 드러나게 하다, 비밀 따위를 속속들이 들추어내다'의 뜻이다. "밤송이를 까발렸더니 고작 쌍동밤 두 쪽이 들어 있었다/ 그 진상을 낱낱이 까발려서 옳음과 그름을 바로잡아야 한다"처럼 쓸 수 있다.

'발기다'(속에 있는 것이 드러나도록 헤쳐 발리다)가 '발리다'(껍질 따위를 벗겨 속의 것을 드러내다)와 비슷한 뜻으로 사전에 올라 있는데, '까다+발기다' 구성의 '까발기다'는 표준국어대사전에 '까발리다의 잘못'이라고 돼 있다. 널리 쓰이고 있고, 조어법상 문제도 없는 것 같은데 '까발기다'가 왜 표준어가 될 수 없는지 그 이유가 궁금하다. 참고로 북한에서는 '까발기다'가 '까발리다'의 동의어로 인정받고 있다.

한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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