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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국립대 법인화는 바른 방향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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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립대 법인화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서울대교수협의회는 어제 법인화의 문제점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지난 24일에는 전국 국공립대교수회연합회 소속 교수 1000여 명이 법인화 추진 반대 대규모 집회를 연 바 있다.

이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국가 재정 지원이 끊기면 등록금이 인상돼 학부모 부담이 늘고 수익과 관계없는 기초학문이 고사한다는 것 등이다. 그러나 내세운 명분과는 달리 공무원 신분 유지와 연금 혜택 등 기득권 상실을 우려하는 계산도 없지 않아 보인다. 국립대학이라는 이름 아래 국가가 모든 것을 보장함으로써 안주할 수 있었던 과거를 버리고 홀로 서기가 두려운 것이다.

법인화되면 국립대는 교육부가 쥐고 있던 인사와 예산의 자율성을 갖게 된다. 교육부의 간섭 없이 인사권을 행사하고 국가지원금.등록금.기성회비.기부금을 동일한 회계로 편성해 적절하게 쓸 수 있다. 모든 대학이 동일한 급여체계에서 벗어나 법인의 수익 규모에 따라 차등 지급이 가능해진다. 그만큼 대학의 자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 교육부의 간섭을 불평했던 국립대학들이 왜 법인화를 반대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물론 국공립대 중 법인화되면 자립할 수 없는 대학도 생길 것이다. 일부 지방 소재 대학은 정원 채우기가 어렵고 기부금 등 자체 수익이 빈약해 도태할 것이다. 고등교육 발전을 저해하고 국가재정에 부담을 주는 대학을 정리하기 위해서도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법인화가 되면 각자가 자생력을 갖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은 당연하다. 한국보다 늦게 논의를 시작한 일본은 이미 국립대학의 법인화를 성공시켰다.

법인화에 대한 반대가 거세지자 희망하는 대학에만 허용한다는 식으로 선회한 교육부의 방침은 잘못이다. 재정 지원도 법인화 전과 변동이 없다는 약속은 법인화의 핵심이유인 경쟁력 강화를 무력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법인화 후 매년 국고 지원을 1%씩 감축하기로 한 일본의 89개 국립대가 1100억 엔의 흑자를 낸 것을 보라. 벤처기업 운영 등 다양한 수익사업 실시와 인건비 등 경상비 절감과 경영효율화를 통해 이뤄낸 성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