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가 경쟁력 상승은 기업 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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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올해 우리나라 국가경쟁력 순위가 12단계나 뛰어올라 17위를 기록했다고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했다. 외국 기관의 발표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모처럼 전해진 흐뭇한 소식이다. 순위 상승에는 기업들의 기술 혁신이 큰 몫을 했다. 정보기술(IT)부문은 세계적 수준이다. 반면 공공.제도 부문의 경쟁력은 답보 상태다. 정부는 통계 자료를 적극 제공하는 등 WEF 조사에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발표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세 가지다. 우선 우리 경제의 강점이 민간 부문에 있다는 사실이다. 기술지수는 9위에서 7위로 뛰어올라 우리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반도체.휴대전화.바이오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기술을 잇따라 개발해내고 있다. 둘째, 우리의 대외 개방이나 규제 완화 수준이 여전히 인색한 평가를 받고 있는 대목이다. 외국인 직접 투자 자유화와 자유로운 외국 인력 고용, 여성 고용 항목은 60~96위권에서 맴돌고 있다. 게걸음을 하고 있는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시급히 보완해야 할 분야들이다.

마지막으로 국가 경쟁력 순위는 뛰어올랐지만 경쟁 상대국들과 비교해 보면 아직도 미흡한 수준이다. 대만.싱가포르.일본 등은 여전히 우리보다 앞서 있다. 또 한 번 신발끈을 고쳐매고 계속 달려가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의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투명성 부족과 규제로 인해 국가 경쟁력 상승이 제약받고 있다"고 밝힌 WEF 측의 지적은 여러 모로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앞서가고 있는 민간 부문을 한층 활성화하고, 규제 완화와 대외 개방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그동안 우리가 누누이 강조해 온 바와 일치하는 대목이다.

특히 정부는 이번 순위 상승에 안주해선 안 된다. 공공제도 지수는 지난해와 비슷한 42위에 머물렀다. 정부 규제와 비능률, 남녀 불평등 항목에서는 여전히 부끄러운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부부터 앞장서 풀어야 할 숙제들이 숱하게 남아 있고, 우리 경제가 가야 할 길이 아직 멀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