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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서울시의 실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서울시가 목동·신정동을 직접개발하겠다고 나선것은 주택정책,나아가서 도시개발에 있어 하나의 큰실험이다.
대량의 주택을 한꺼번에 공급하는 물량작전으로 투기바람을 막고서울시가 마음먹고 도시다운 도시를 한번 만들어보겠다는 것이다.
적어도 의욕만은 그렇다. 이는 지금까지의 택지개발이 실패를 했다는 솔직한 시인이기도 하다.
사실 지금까지의 택지개발방법으로 써왔던 「구획정리」는 부동산투기가따르게되어 있었다.
서울시도 그것을 뻔히 알면서도 우선 돈이 없었기때문에 그것을 답습했다.
먼장래의 문제보다 발등의 불이 급했기 때문이다.
평당 고작 1만∼2만원,비싸야 4만∼5만원안팎하던 논·밭·저습지·임야등이 개발계획이 발표되는 순간부터 20만∼30만원으로 뛴다. 그통에횡재하는것은 일부토지소유주와 투기꾼들.
물론 서울시도 재미를 봤고 재정수입도 올렸다.
지난해말 투기바람에 부동산업자들이 된서리를 맞고 부동산붐이 식으려 할때 서울시 한관계자는 『서울시의 수입원인 지방세 수입에 큰차질이 있게된다』며 오히려 안타까와 한적도 있다.
항상 돈에 쪼들리고있는 서울시로선 어떻든 수입이 있으면 좋아한다.
그것이 투기덕분이든 상관없다.투기로인한 국민경제의 해악은 먼장래의 문제이고 지금 당장 부동산경기가 흥청대어 집을 많이짓고 세금이 많이들어오면 서울시의 살림이 한결 퍼지기때문이다.
이제까지 개발은 서울시가 맡고 토지이용권은 개인 또는 업자에게맡겨짐으로써 토지를 계획대로 활용하지 못해 서울시의 도시개발은 기형적이 되어버렸다.
그 대표적인 예가 영동지구.
멋진 시가지로 건설될수 있었던좋은땅을 완전히 망쳐버렸다.
황무지에서 시작한 신시가지가 기존시가지 보다도 더 무질서하고 엉망이다.
도로·공원·녹지등의휴식공간과 문화시설이 제대로 갖추어 지지 못해 죽은 도시가 되어버렸다.
도시의 기능을 잃은 「시가지」 ,그래서 그저 먹고 마시고 잠자는 베드타운(침실도시)이된 것이다.
그래서 영동을 두고 데드타운(죽은도시) 이라고 말하는 사람까지 있다.이런 전철을 밟지 않기위해서 서울시는 목동·신정동의 택지개발방법을 종전 토지구획정리에서 공영개발로 바꾼것이다.
공영개발은 전혀 새로운 것은아니다.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개발공사·서울시등 각 지방자치단체등이 지금까지 사유지등을 수용, 주택을 지어 팔거나 단기임대를 해 온 방법과 비슷하지만 특기 할만한 것은 건설하게 될 주택의 일부는 분양을 하되 땀은 분양하지 앉고 서울시가 영구소유권을 갖겠다는 소위 「공개념」도입이다.
땅소유권을 개인에게 넘겨 줌으로써 빚어지게 될 투기붐에 대한우려 E문이다.
근거법으로는「국가 또는 지방공공단체가 임대나 양도의 목적으로시설하는 주택의 건설 또는 택지의 조성에 관한 사업을 벌일 경우 공익에 필요하다면 대상토지를수용할 수 있다」 고 규정한 토지수용법 2,3조및 택지개발촉진법12조에 근거를 두고있다.
그러나 이 법근거는 토지개발을위한 일시적 수용을 의미하고 있을뿐 영구소유를 인정하는것은 아니어서 법적 뒷받침에도 문제는 있다.
또 공공공사와 사유재산권의 보호를 어떻게 조화시킬것인가 하는 근본적문제도 있다.
사업성패에 대한 진단은 아직 미지수.그 판가름은 엄청나게 소요될 재윈염출과 또다른 형태의 투기를 방지하는 제도적장치를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기때문이다.
서울시 한관계자는『우선 토지취득비로1천5백억∼1전7백억원이필요하고 아파트등 주택건설비로 3천억∼9천억윈이상이들어야 될것으로 계산되고 있는데다 안양하수처리장 건설비로 1천억∼1천5백억,거기다 도로·공원·학교·대규모 구매·위락시설등을 다 갖추려면 당초 서울시가 예상했던 9천억원을훨씬 넘는 l조5천억원이 들어도모자랄 지켱』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바로 여기에 문제가 있다.
자금조달을 위해 『임대주택을 많이 짓겠다』 던 계획과는 달리 분양주택을 많이 짓는다든지,상가지역으로 조성한 땀을 일반에게 팔아 넘길 가능성등도 없지않고 이렇게 될 경우 사업목적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게 될 우려도있다.
지금까지의 예로 미루어 신개발지의 강가지역 땅값은 대개 2백만∼3백만원을 홋가해왔고
이같은재산으로따지면목동·신정동에조성할 상가지역 36만평방m(10만9천89평)의 값은 자그만치 2천1백81억∼3천2백72억원이나돼 자금염출에 어려움을 겪게될 서울시로서는 상당히 매력적인 액수가 될것이기 매문이다.
이와함께 성패를 좌우하게될 투기방지책 역시 중대한 연구과제.
개발후의 분양·임대방식과 사후관리방법이 중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자칫 갈못 하다간 거센 투기바람이 일게 된다면 당초의 목적은커녕 토지를 수용당했던 원 토지주들의 호된 비난을 피할 수 없고 정책당국의 신뢰성또한 문제가될 것이기 매문이다. <

<임수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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