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극 벌인 프랑스 테러범 셋 사살 알카에다·IS가 범행 지시, 자금도 지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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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9호 01면

프랑스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를 습격, 편집장 등 12명을 살해한 이슬람 테러범 2명이 9일(현지시간) 파리 외곽에서 인질극을 벌이다 경찰에 사살됐다. 이들과 연계된 또 다른 테러리스트도 유대계 식료품점에서 인질을 붙잡고 경찰과 대치하다 사살당했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테러범인 사이드 쿠아치(34)와 셰리프 쿠아치(32) 형제가 파리 샤를드골 공항 인근 다마르탱의 인쇄소에서 경찰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이들은 인질을 붙잡고 대치하다 “순교하고 싶다”는 말과 함께 총을 쏘면서 인쇄소를 나오다 경찰의 총격을 받았다고 외신은 전했다. 인질 한 명은 무사히 풀려났다.

같은 날 프랑스 경찰은 파리 근교 포르트드뱅센의 유대계 식료품점에서 인질극을 벌인 이슬람 극단주의자 아메디 쿨리발리(32)를 진압 작전 도중 사살했다. 이 과정에서 인질로 붙잡혀 있던 민간인 4명이 숨졌다. 경찰 등 4명은 부상당했다. 쿨리발리는 전날 파리 남부 몽루주에서 여성 경찰 한 명을 살해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 당국은 쿨리발리의 인질극과 관련해 그의 동거녀인 햐얏 부메디엔(26)을 공범으로 보고 추적하고 있다.

테러범들은 알카에다와 이슬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지시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셰리프 쿠아치는 도주 중 일부 언론과의 전화통화에서 “알카에다의 명령에 따른 것이며 이를 위한 경제적 지원도 받았다”고 밝혔다. 인질극 2건이 다른 장소에서 발생했지만, 사살당한 테러범들은 이를 사전에 공모한 것으로 경찰당국은 보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경찰당국은 “쿨리발리가 인질극을 벌이기 전 전화 접촉을 통해 ‘쿠아치 형제는 샤를리 에브도를, 나는 경찰관 테러를 맡았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알카에다의 아라비아반도지부(AQAP)는 추가 테러를 가하겠다고 위협했다. AQAP의 최고위급 성직자인 하리스 알나드하리는 “무슬림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면 안전하게 살 수 있지만 거부한다면 다른 소식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이번 테러의 목적은 이슬람 예언자 마호메트의 명예 훼손에 대한 복수”라고 덧붙였다.

이번 테러를 계기로 이슬람 성전에 참여하거나 훈련을 받고 자기 나라로 돌아간 이른바 ‘지하드 리터니(Jihad Returnee)’들과 자생적 이슬람 테러조직의 위협이 커졌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AP통신은 이들에 대해 “기존의 대테러 전쟁과는 전혀 다른 대응 방식이 필요하다”며 “국적을 보유하고 국내에 거주하면서 예기치 못한 테러를 감행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유럽 내의 테러를 유럽으로 이주한 무슬림 이민 2·3세들의 절망의 표출로 보는 시각도 있다. 자녀들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이주한 부모세대가 온갖 차별을 참아왔으나, 2·3세들은 결국 국민의 일원으로 대우받기는커녕 사회적 소수자로 무시당하는 현실에 분노하면서 테러의 유혹에 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분석은 유럽 경제위기로 사회적·경제적 약자인 무슬림들이 갈수록 압박받고 있는 상황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 같은 사회 환경의 변화로 서구 사회엔 자생적 테러 위험이 일상화됐다는 의미에서 ‘뉴노멀(new-normal)’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고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는 운동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주요국 지도자들은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기 위해 11일 파리에서 열리는 톨레랑스(관용) 집회에 참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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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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