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책 속으로] 글쟁이 30년의 보고서 "끈기가 재능이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글쓰기는 스타일이다
장석주 지음, 중앙북스
332쪽, 1만5000원

“의사나 정치인이 되는 것은 하나의 진로 결정이지만 작가가 되는 것은 다르다. 그것은 선택하는 것이기보다 선택되는 것이다. 글 쓰는 것 말고는 어떤 일도 자기한테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평생 동안 멀고도 험한 길을 걸어갈 각오를 해야 한다.”

 미국 소설가 폴 오스터는 자전적 소설 『빵굽는 타자기』에서 이렇게 썼다. 혹시 작가가 되고 싶은 당신이라면, 이 말을 오래 곱씹어야 할 것이다. 그런 후에도 확신과 각오가 오롯하다면 이 책을 권한다.

글쓰기를 안내하는 책들은 무수하지만 한 권을 고른다면 이 책은 꽤 적절하다.

 시인이자 소설가, 에세이스트, 평론가…, ‘문장 노동자’ 장석주씨가 30년 넘게 글을 쓰고 글 쓰는 방법을 강의하면서 얻은 깨달음을 정리한 책이다. 글쓰기를 위한 준비단계에서 작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밀실-입구-미로-출구-광장’으로 구분해 헤매지 않고 그 길을 통과하는 방법을 안내한다. 먼저 겁을 주는 것부터 시작한다. 글쓰기는 몸과 마음의 빈곤과 마주해야 하는 작업이다. 불확실성과 실패 가능성, 백지의 공포, 고독과 칩거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미로’ 단계에서 마주치는 난관을 헤쳐나가는 방법도 세심하게 알려준다. 군더더기를 피하고 확실하고 간결하게 표현하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분량을 써내라 등이다.

장석주씨는 “글을 쓰려면 진실과 정면으로 맞설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그렇게 해서 다다른 출구 앞에 ‘스타일’이 있다. 작가에게 스타일은 문체이며, 문체란 쓴 사람 자신만의 어조, 자신만의 리듬이 드러나는 문장의 특색이다. 그것은 결국 “작가의 기질과 개성의 표현”이다. 이렇게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는 문장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사람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된다.

 책에는 저자가 읽은 수많은 글쓰기책은 물론이고, 다양한 문학작품 속 명문장이 예시로 실려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김연수·김훈·하루키·헤밍웨이·카뮈 등 작가 12명의 스타일 분석도 탁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마음에 와닿는 건 날마다 도서관에서 책을 꾸역꾸역 읽으며 아무도 읽지 않는 시를 끄적이던, 등단 후에도 계속 재능에 대한 회의에 시달리며 고독과 맞섰던 저자 자신의 삶에 대한 내밀한 고백이다. 덕분에 “글쓰기를 향한 열정과 노력이 곧 재능이다. 열정과 노력이 있다면 자신의 재능에 회의적이지 않아도 된다”는 조언이 공허하게 들리지 않는다.

 책을 다 읽었다면, 이제 당신의 백지와 마주할 차례다. 저자는 등을 떠민다. “자신을 믿어라, 자기 내면에서 울려 나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을 계속 적어나가라. 글이 형편없고 엉망이라고 느껴질 때조차 계속해서 써나가라. 멈추지 않고 계속 써나가기, 이게 백지의 공포를 넘어서는 방법이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S BOX] 좋은 글 쓰기, 10가지만 새겨두세요

● 중요한 것은 문장에 실린 생각이지 문장 자체는 아니다.

● 나쁜 문장이란 덜 숙성된 생각의 결과물이다.

● 좋은 글은 마음속에 흐르는 노래처럼 리듬을 타고 온다.

● 왠지 모르게 끌리는 글의 힘은 그 진실성에 숨어 있다.

● 소소한 일상을 꾹꾹 눌러쓰다 보면 진심이 된다.

● 단풍잎에 무심한 눈길을 주는 순간, 삶이라는 꽃이 피어난다.

● 이름을 붙일 수 없는 것에다 이름을 지어 붙여라.

● 가장 쓰기 어려운 것이야말로 정말 써야 하는 ‘그것’이다.

● 아침부터 저녁까지 쓰고 생각하며 의미로 가득 찬 삶을 살아라.

●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글을 쓰는 게 바로 재능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