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아프간전서 미국 화력 확인 전쟁 장기화 땐 승산 없다고 판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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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핵, 미사일, 방사포(다연장로켓).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이 집권한 뒤 3년 동안 전보다 대폭 강화된 북한의 전력들이다. 국방부는 6일 발간한 『2014 국방백서』에서도 최근 북한의 비대칭 전력이 엄청나게 증강됐다고 평가했다. 전차나 장갑차 등 재래식 전력의 증강 속도도 이전보다 빨라졌지만 특별히 비대칭 전력의 확보에 ‘올인’하고 있다고 군 고위 당국자는 설명했다.

김 제1위원장이 비대칭 전력 강화에 힘을 쏟는 건 기존의 군 전력으로는 유사시 한·미의 현대화된 연합전력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군 고위 당국자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지속된 경제난으로 군비 경쟁이 어렵게 되자 돈은 적게 들이면서도 피해를 최대화할 수 있는 비대칭 전력 증강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라며 “자신들의 능력을 감안한 일종의 블루오션 찾기”라고 말했다. 80년대 미국과 소련이 군비 경쟁을 하다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약한 소련이 붕괴하는 것을 목격한 북한이 소련과 다른 길을 택했다는 얘기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등 최근 미국이 개입한 전장에서 가공할 위력을 보인 무기들을 본 북한으로선 미군의 주력 무기들이 한반도에 투입되기 전에 전쟁을 끝내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익명을 원한 정보 당국자는 “북한 내에선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을 철저히 분석했다고 한다”며 “전쟁을 오래 끌 경우 승산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속전속결을 위해선 국제사회의 비난과 압박을 무릅쓰고라도 핵과 미사일 같은 비대칭 전력의 사용이 정답이라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비대칭 전력의 강화를 골자로 한 새 작전계획을 세운 건 전쟁준비뿐 아니라 주민 결속용이라는 용도도 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김정은은 새 리더십으로 북한 주민에게 희망과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며 “핵이나 미사일 보유를 과시함으로써 미국을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해 내부 결속도 꾀하고, 비대칭 전력이 어느 정도 갖춰진 뒤엔 국방비를 경제에 투입해 경제 회복에 매진할 수 있는 명분도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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