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말코비치 "클래식이 뭔데 … 중요한 건 호기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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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아마도 다음은 뜻밖의 문장일 것이다.

 ①할리우드 스타 존 말코비치가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서 공연 한다. ②말코비치는 이미 유럽·미국에서 오페라에 출연했다. ③출연했을 뿐 아니라 아리아도 불렀다.

  존 말코비치(62)가 6일 직접 전해준 내용이다. 한국의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14일 내한 공연을 앞둔 그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예상밖의 활동을 소개하면서 그는 시종일관 덤덤했다. “나는 오페라에서 노래도 하고, 10년 전부터 패션 디자인도 한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대단한가.” 음성과 말투 또한 예사로웠다. 특유의 낮은 음성과 느린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

 오페라 무대 데뷔, 한국 공연장 출연에 대해서도 “커다란 도전이나 시도라고 하지 말아달라”고 못박았다. “그저 관심이고 호기심일 뿐”이라는 것이다. 말코비치는 “다른 장르는 어떨까 하고 호기심이 시키는 대로 자연스럽게 가보는 것”이라고 했다.

  말코비치는 새로운 내용을 아무렇지도 않게 전했다. 영화 속 그의 모습이 겹쳐졌다. 그는 살인마·범죄자를 탁월하게 그렸다. 표정 하나 바뀌지 않는 태연함이 있었다. 영화 속 긴장감은 고조돼도 말코비치만 멀쩡했다. 이렇게 청중을 쥐락펴락했다.

김민 KCO 음악감독

오페라 데뷔=“오페라는 지휘자를 우연히 만나서 시작하게 됐다.” 말코비치는 새로운 활동들이 자연스럽게 시작됐다고 말했다.

 지휘자 마르틴 하젤뵈크(61)는 미국 LA에서 바로크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다. 할리우드를 지척에 두고 활동하면서 영화 배우와 협업을 꿈꿨다. 말코비치는 “저녁 식사 자리에서 하젤뵈크를 우연히 만났고, 오페라 작품을 함께 만들기로 하는 데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들은 70년대 연쇄살인범인 잭 운터베거를 소재로 오페라를 제작했다. 2008년 말코비치는 소프라노 두 명과 무대에 올라 살인범을 연기했다.

 2011년엔 모차르트의 노래를 엮은 신작 오페라 ‘자코모 변주곡’에 출연해 아리아도 불렀다. “대학 시절 노래도 배웠던 것이 유용했다. 성악가 아닌 내 방식대로 불렀다”고 했다. 그는 “지금은 20세기의 현대음악 작곡가들에게 관심이 있다”며 “또 다른 지휘자들, 오페라 제작자를 많이 만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 작품은 탱고를 소재로 생각하고 있다.

오케스트라와 공연=“한국 공연도 자연스럽게 하게 됐다.” 말코비치는 “ 피아니스트 크세니아 코간과 한 축제에서 만났고, 새로운 작품을 얘기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슈니트케의 피아노 협주곡에 작가 사바토의 작품을 붙여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말코비치는 “음악은 강렬하고 글은 편집증적이다. 이 둘이 굉장한 효과를 내리라 기대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음악에 맞춰 소설을 낭독한다.

 내한 무대에서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KCO, 옛 서울바로크합주단)와 함께 연주한다. 창단 50주년을 맞는 국내 최초의 실내악 오케스트라다. KCO와 피아니스트 코간은 스위스의 매니지먼트사인 가르트사에 함께 소속돼 있는 사이다. 말코비치는 공연의 취지와 내용이 좋아 출연료도 낮췄다. 그는 역시나 아무렇지 않게 덧붙였다. “거금을 벌기 위해 새로운 활동을 하는 건 아니다.” 내한 공연은 14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김호정 기자

존 말코비치=1953년 미국 일리노이주 태생. 70년대 후반 연극 무대에서 연기 시작. 84년 영화 ‘마음의 고향’에서 실명한 사람 역할로 데뷔. 90년대부터 사이코패스·범죄자 역할로 명성을 쌓음. ‘사선에서’ ‘콘에어’ ‘레드’ 등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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