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떠난 이유 돈보다 새 분위기 170이닝 던질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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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잠실구장에 모습을 드러낸 ‘84억원의 사나이’ 장원준. [정시종 기자]

프로야구 두산이 간절하게 원했던 ‘왼손 에이스’가 탄생했다. 롯데에서 두산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장원준(30)은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입단 기자회견을 갖고 “두산이 탄탄하고 좋은 팀이라고 느꼈다. 두산에서 꼭 뛰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장원준은 올 겨울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높았다. 경찰야구단 소속이었던 2년(2012~13)을 제외하고 5시즌 연속 10승 이상을 거둔 데다 희소성이 큰 왼손 선발투수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원 소속팀 롯데를 비롯해 여러 팀이 쟁탈전을 벌인 끝에 두산이 장원준을 4년 총액 84억원에 잡았다. 투수로는 역대 최고액이었고, SK 내야수 최정(28·4년 86억원)에 이어 전체 2위였다.

 과거 FA 시장에서 소극적이었던 두산은 장원준을 얻기 위해서 매우 공격적으로 움직였다. 왼손투수가 귀했기 때문이다. 2013년 유희관(29)이 10승(7패)을 거두기까지 두자릿수 승리를 거둔 두산의 왼손 투수는 1988년 윤석환(54·13승4패)이 마지막이었다. 유희관이 지난해 12승(9패)을 거두며 성장했고, 장원준이 가세해 두산의 왼손 선발진은 단번에 국내 최고 수준이 됐다. 오른손 투수 더스틴 니퍼트(34), 유니에스키 마야(34)와 좌우 균형도 이루게 됐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장원준의 합류로 선발 로테이션이 안정을 찾게 됐다. 장원준이 부상 없이 로테이션을 잘 지켜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원준은 “내가 몇 승을 올리는 것보다 팀의 우승이 더 중요하다. 올 시즌 경기수(126→144)가 늘어났으니 170이닝 정도는 던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장원준은 롯데의 제의를 뿌리치고 두산을 선택하게 된 이유도 설명했다. 롯데는 우선협상기간 장원준에게 4년 총액 88억원(보장금액 80억원+인센티브 8억원)을 제시했다. 그러나 장원준은 이를 거부했다. 두산이 장원준에게 보장한 금액(80억원)은 같았지만 인센티브(4억원)는 롯데보다 적었다. 그런데도 장원준이 롯데를 떠나자 4년이 아닌 6년 계약이고, 액수도 발표된 것보다 많다는 얘기도 나왔다. 장원준은 “돈 액수를 떠나 야구인생의 전환점이 필요했다. 새로운 분위기에서 야구를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장원준은 입단 동기인 롯데 포수 강민호(30) 얘기가 나오자 표정이 밝아졌다. 장원준은 “민호가 ‘내게 직구만 던지라’고 하더라. 나도 ‘내 공을 받아쳐 홈런을 치면 다음 타석에선 몸 맞는 공을 던지겠다’고 응수했다. 그런데 민호에게 홈런은 맞지 않을 것”이라며 웃었다.

 지난해 장원준은 10승 9패, 평균자책점 4.59를 기록했다. 이름값에 미치지 못한 성적을 낸 이유에 대해 그는 “군에서 2년을 보내고 1군 리그에 돌아오니 적응이 힘들었다. 올해는 겨울동안 체력훈련을 많이 할 것이다. 체력에 문제가 없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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