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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과 토익은 같다. 왜? … 취업 명강사 이우곤씨 지상강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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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22일 오후 서울대 두레문예관 진로취업센터에 취업을 앞두고 있는 서울대생 17명이 긴장된 표정으로 모여들었다. 현재 채용 중인 기업들에 원서를 내고 면접을 준비하고 있는 이들 앞에 커리어다음 이우곤(34.사진) 컨설팅본부장이 섰다. 취업 분야에서 명강사로 소문난 이 본부장은 구직자들과 실제같이 면접을 치르는 집단면접 클리닉을 진행했다.

4개 조로 나뉘어 집단면접이 시작됐다. 대학생들은 교대로 구직자와 면접관 역할을 맡았다. 처음 구직자 역할을 맡은 4명이 문을 열고 면접관 쪽으로 걸어들어왔다. 지켜보는 학생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뭔가 어색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시선은 땅을 보면서 들어왔고 일부는 슬쩍 면접관 눈치를 살폈다. 이 본부장이 '첨삭 지도'에 나섰다.

"인터뷰(interview)가 대체 무슨 뜻이지요? 구직자와 회사가 서로(inter) 보는(view) 것입니다. 면접장소에 들어올 때는 일단 면접관과 눈을 맞추세요. 남자분들은 자기 몸 뒤에 슈퍼맨 망토가 있다고 생각하고 가슴을 쫙 펴세요. '지구를 구한다'는 마음으로…(웃음)"

인사는 15도 각도로 머리를 숙이되 숙인 상태에서 1~1.5초 정도 멈춰라. 인사할 때 남자는 왼쪽 손이, 여자는 오른쪽 손이 위로 가게 모아라. 앉아서 손은 살짝 계란을 쥐듯이 무릎 위에 올려라. 거만해 보일 수가 있으니 등은 의자 등받이에 붙이지 마라. 여성들은 말의 어미를 '~요' 보다는 '~습니다'로 쓰는 게 비즈니스에 더 어울린다 ….

구체적인 조언이 이어졌다. 말 그대로 구직자에게 의도적으로 스트레스를 주는 질문을 던져보는 압박면접(stressing interview)도 했다. "당신이 면접관이라면 지금 옆에 있는 구직자 가운데 누구를 떨어뜨리겠습니까?" 질문을 받은 학생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뜸 들이다가 한 사람을 골랐다. 졸지에 불합격자로 찍힌 학생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 어색하게 변했다. 이 본부장은 "압박면접은 답변 자체보다는 말투와 태도 등 대상자의 반응을 통해 불확실한 환경에서 잘 적응할 수 있는 유연한 인재인지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질문에는 정답은 없지만 오답은 있다"며 "압박 질문을 받았을 때 기가 죽거나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면 감점 요인"이라고 했다. 다른 구직자에 의해 불합격자로 찍혔을 때에는 '그런 지적이 틀렸다는 것을 입사해 보여드리겠다' 정도로 여유있게 넘기고, 불합격자를 골라야 할 때는 '한 사람의 일자리를 더 만들 수 있도록 열심히 일하겠다' 정도로 곤란한 상황을 피하는 것도 방법이란다.

이 본부장이 대뜸 물었다. "탁구공 몇 개면 이곳을 가득 채울 수 있을까요?" 어떤 이는 개략적인 숫자를 계산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또 다른 이는 "왜 그런 것을 묻느냐"고 당차게 반문하기도 했다. "이런 질문은 계산하려고 하지 마세요. '막 나가는' 질문에는 막 나가는 답변도 가능할 수 있어요. 이를테면 좀 '닭살'이 돋을 수는 있지만 '탁구공 하나면 됩니다. 나머지는 제 열정으로 채우겠습니다'라는 식으로 답하면 더 창의적으로 보이지 않을까요."

오후 시간에 면접을 하게 될 경우에는 조금 색다른 시도를 해볼 만하다고 했다. 면접관도 지루하면 하품을 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적절하게 유머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물론 유머는 본인이 소화할 수 있고 분위기와 잘 어울려야 한다. 스타일이 맞아야 한다는 뜻이다. 면접관의 주의를 끌기 위해 '~에 대해선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둘째…' 혹은 '딱 한 가지만 말하자면(설령 하나밖에 모르더라도)' 하는 식으로 포인트를 주면 좋다. 세 시간 가까이 학생들의 자기 소개와 모의 면접 과정을 지켜보니, 회사 홈페이지의 '우리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에 나올 법한 '공식적인' 말들이 너무 잦았다. 이를테면 '글로벌 마인드' '진취적' '성실' '리더십'등과 같은 말들이다. 이런 '좋은 단어'들은 자주 나오기 때문에 외려 진부한 느낌을 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자연스러운 구어체를 구사하며 솔직.담백한 느낌을 주는 이들도 있었다.

이 본부장은 "최근 서류 기준은 완화되고 있지만 면접은 강화되고 있다"며 "작년까지는 압박면접이 많았지만 앞으로는 토론면접이 강화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는 "면접도 연습을 하면 할수록 토익 점수처럼 올라간다"며 "준비한 사람만이 면접관과 '진검승부'를 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P&G에 원서를 낸 서어서문과 2001학번 김보성(23.여)씨는 "여름학기에 졸업한 학교 친구 몇 명이 아직 취직을 못 할 정도로 서울대생이라고 해서 취업난에서 예외는 아니다"며 "오늘 면접관 역할을 해보니 나 자신이 면접관에게 어떻게 비칠지 객관적으로 판단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글=서경호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 이우곤 본부장의 강의 어록

-튀려고 하지 말고 자기 색깔을 보여라.

-자기소개서는 글쓰기가 아니라 광고다. 인사담당자에게 노출되는 시간은 30초뿐이다.

-'인자하신 부모님' '고향은 OO' 'O남O녀 중 몇째'와 같은 상투적인 표현은 피하라. 이는 1980년대식 표현이다. 이제는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살고, 장남(녀) 아니면 차남(녀) 아니냐. 인사담당자가 궁금해하는 정보를 말하라.

-자기 소개는 9시 뉴스다. 헤드라인을 먼저 뽑고 두괄식으로 표현하라.

-신입직 채용시장에서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준비를 잘한 사람이 승자가 된다.

-면접관이 해주는 최고의 찬사는 "그 친구 물건일세"다. 기억을 못 한다면 실패작이다.

-자신의 리더십을 강조하기 위해 '초.중.고등학교 시절 반장 했다' '군대서 분대장 했다' 같은 얘기는 차라리 빼라.

-평범하게 정보를 나열하지 마라. 수치를 함께 제시하면 설득력이 더 생긴다.

-외모는 취업에 영향을 미친다. 외모에서 가장 비중이 큰 것은 미소와 웃음이다.

-단점을 미리 밝히고 적절하게 설명하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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