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전봇대 3남매|돌풍일으킨 한기범두동생동 농구선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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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학농구에서 인·고대의 아성을 깨고 중앙대의 돌풍을 일으킨 최장신 한기범(19·2년·2m7cm)의 두동생도 모두 고교와 여중에서 센터로 활약하는 장신선수들이어서 화제가 되고 있다.
바로 밑인 기수(16·명지고 2년)는 1m97cm 이고 여동생 기옥(14·성덕여중3년)은 1m75㎝로 가히 자이언트 트리오.
특히 기수군은 지난해보다 5㎝나 더 자라 내년엔 2m를 돌파할것 같아 벌써부터 대학관계자들의 스카우트 초점이 되고있다.
국내 현역선수중 조명수(1m92㎝·현대) 명선(1m88㎝·연세대4년)형제, 박찬숙(lm90㎝· 태평양화학) 찬미(lm75㎝·선일여고2년) 자매등이 있지만 이같이 3남매가 뛰는 경우는 드물다.
이들 남매들이 키가 큰것은 지난 81년l2월 심장마비로 별세한 아버지(한정섭)를 닮은것 같다는 기범군의 설명이다. 1m92㎝의 한정섭씨는 배구선수출신으로 천안농고시절 유명한 손영완씨 (현아르헨티나 국가대표코치)와 운동을 같이 했다. 한씨는 지난 60년대엔 동덕여고 배구코치로도 잠시 활약했었다.
그러나 현재 고향(충남천원군입장면하장리사)에서 과수원을 운영하는 어머니(장양순·46)는 1m59㎝의 작은 키다.
이들은 모두 3남2녀인데 중앙대에 다니는 큰형 기원씨(23)도 lm89㎝의 큰 키지만 운동은 안하며 막내 여동생(형숙·13)만 키가 작은 편이다.
한기범선수가 중앙무대에 등장하게 된것은 소년체전 덕분이지만 한교사의 집념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한 선수는 고향의 입장중 3년에 이미 키가 1m88㎝.
이때만해도 볼도 제대로 컨트롤못할 정도였으나 큰 키때문에 따라다닐 정도였고 충남대표로 제6회 전국소년체전에 출전한것이다.
이때 명지고코치인 김형석체육교사가 그에게 주목하게 된 것이다. 한선수는 워낙 약질이어서 운동을 그만두고 천안북일고에 입학했다. 그런데 김교사가 수소문끝에 그를 찾아와 서울로 올라가 농구를 해보자는 것이다. 한달간의 승강이끝에 그는 명지고로 전학했다.
서울로 온뒤 잘 먹으며 체계적 훈련을 하면서 그는 키가 1년에 10㎝씩 자라났다.
이때 중앙대 정봉섭코치가 그를 정신적·물질적으로 지원했다.
그는 서울로 오면서 l년 유급한 사실로 3년때인 81년에는 1년간 모든 대회에 출전이 금지당한채 가장 우울하게 보냈다. 설상가상으로 이해를 하루 남긴 12월30일밤 아버지 한정섭씨는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꼭 국가대표가 되어 아버지가 못 이룬 꿈을 이뤄달라」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어머니 장씨가 한선수에게 전했다. 동생 기수도 고향의 입장중2년때 명지중으로 옮겨왔다. 동생은 형보다 10㎝가 작지만 체중은 83㎏으로 비슷해 체격이 키와 비교해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국민교때부터 형보다 일찍 농구를 시작한 기수는 아직 보완할점이 많다. 그러나 배구를 제외하곤 슛·드리블·리바운드등에서 수준급의 테크닉을 구사하고 있어 내년쯤에는 고교농구에 태풍을 일으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3남매가 모두 88올림픽의 주전으로 활약하게 될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이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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