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친구' 장명진의 방사청 개혁 … 과장급 54% 교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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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방위사업청에 인사 개혁의 태풍이 불어닥쳤다. 청 내 허리 격인 과장급들 중 절반 이상의 보직이 바뀌었고, 사업부문에서 현역 군인의 비율도 대폭 축소됐다. 2006년 방사청이 문을 연 이래 가장 큰 규모의 인사가 5일 발표됐다.

 김시철 방사청 대변인은 “104개에 달하는 방사청 팀·과장 자리 중 전체의 54%인 56명을 교체키로 했다”며 “현역 군인 팀장의 비율과 육·해·공군 사업부의 군 출신 팀장 비율도 낮추기로 했다”고 말했다. 특히 사업관리본부에 소속된 현역 군인 팀장 비율이 현재의 70%에서 50%로, 기동(육군)·함정(해군)·항공(공군) 등 3개 주요 사업부의 해당 군 팀장의 비율도 70%에서 30%로 대폭 줄었다. 통영함 납품 비리로 논란이 된 함정사업부의 경우 8개 팀장 중 해군이 6명, 공무원이 2명이던 것을 해군 2명, 공무원 4명, 육군·공군 각 1명으로 바꿨다. 전차 등 육군 무기를 담당하는 기동화력사업부와 공군의 항공기사업부도 해당 군 출신 팀장의 비율이 절반으로 줄었다.

 개혁 인사를 밀어붙인 장본인은 장명진 청장이다. 장 청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학 동기(서강대 전자공학과)이자 대학 시절 실습 파트너였다. 그런 만큼 박 대통령의 의중이 깊이 반영된 인사라는 게 군 주변의 평가다. 인사 발표 직후 장 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인사 배경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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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장급의 보직을 뒤흔들어 놓은 이유는.

 “비리가 생길 여지가 있는 무기 획득 과정에선 과장급이 실무자다. 현역이 맡으면 아무래도 예비역들의 청탁을 거절하기 어려우니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방사청에 근무 중인 현역과 방산업체에 재취업한 예비역 간 연결고리를 끊어야 로비가 없어진다는 뜻). 사업부의 현역 군인을 본청으로, 본청의 과장들을 사업부서로 옮기는 인사를 했다. 비리의 연결고리도 없애고, 그동안 보직 순환이 이뤄지지 않아 경직됐던 조직에 활기도 불어넣으려 했다.”

 -인사만으로 개선될 수 있을까.

 “(방사청에) 오자마자 조직 진단과 간부들의 직무 분석에 몰두했다. 통영함과 같은 방위사업 비리와 무기 개발 과정에서의 부실은 차이가 있다. 1600여 명의 직원 중 99.9%는 소명을 가지고 일을 잘하고 있었다. 0.1%가 문제를 일으켜 조직 전체가 위기를 맞았다. 회의 중 합동수사단에 조사받으러 가는 걸 보면서 직원들 사기가 많이 떨어졌다. 비리와 무관한 직원들의 사기를 올리는 게 우선이다.”

 -인사 조치 전에 청와대와는 교감이 있었나.

 “과장급 인사는 방사청 스스로 할 수 있다. 다만 임명장을 받을 때 ‘잘해주세요’라고 대통령께서 말씀하셨다. 잘하라고 맡겼으니 소임을 다해야 하지 않겠나.”

 지난해 11월 취임한 장 청장은 “앞으로 방사청에서 ‘관피아(관료+마피아)’나 ‘군피아(군+마피아)’라는 말을 듣기 어려울 만큼 뼈를 깎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방위사업은 1960년대 말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자주국방을 내걸고 야심 차게 추진했던 사업”이라며 “이를 잘 알고 있는 박 대통령으로선 위기의 방위사업을 수술할 적임자로 무기 전문가이자 대학 동기를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 청장은 “과장급 인사 외에 관련 부처와의 협의를 통한 조직개편도 생각하고 있다”고 해 추가 개혁을 예고했다.

정용수 기자

박 대통령, 임명 때 "잘해주세요"
실무자와 군피아 연결 고리 차단
현역 군인 팀장 비율 70% → 50%로
통영함 비리 논란 함정사업부는
팀장 8명 중 해군 6명→2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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