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 "남의 옷" 벗을때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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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국교육학회 (회장 한기언)가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는다. 1953년4윌4일 피난지인 임시수도 부산에서 47명의 회원으로 발족했던 교육학회는 이제 회원수 1천여명에 이르는 대학회로 성장했다. 교육학회는 현재 교육철학연구회·교육행정학연구회·교육심리연구회·교육과정연구회·사회교육학연구회·교육사회학연구회·교육사연구회·비교교육학연구회·유아교육연구회·도덕교육연구회등 10개의 분과위원회와 전국 시·도별 10개 지회를 두고있다.
55년 9월부터 시작한 월례발표회와 59년 처음으로 연 연차학술발표대회는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으며, 학회지 『교육학연구』는 63년 창간호를 낸 이래 현재까지 매년 1∼4차례씩 발행해왔다.
회원들 사이에 정보를 전하는 『한국교육학회소식』도 65년이래 1백31호를 기록하고 있다.
또 72년부터는 학술상제도를 마련, 저술상과 논문상으로 나눠 시상해오고 있다.
이렇듯 크게 성장한 교육학회가 당면한 과제는 무엇인가.
그것은 아직까지도 일제의 식민지교육, 해방후의 미국식교육의 모방으로부터 탈피하지 못한 문화식민지적 성격을 완전히 벗고, 질적 도약을 꾀하는 것이라고 학계는 보고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기념세미나의 주제를 「한국교육학 이론체계의 모색」으로 결정한 것은 매우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돌이켜보면 1930년대 이후부터 강화되어 전쟁말기에 극에 달했던 일제사범교육의 결과는 바로 한국교육학계의 중추세력을 형성하고 한국교육의 성격과 교육학파의 체질을 결정하는데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어느 학자는 일제시대와 꼭같은 학생의 교복과 삭발제도가 한국의 민주교육 속에서도 끈질기게 살아 있다가 일제통치기간과 맞먹는 36년을 다 채우고서야 겨우 사라지게 됐다고 지적하고, 일제교육이 길러준 체질에서 크게 변한 것 같지 않다고 꼬집었다.
또 우리나라 교육학의 성격형성에 결정적인 작용을 한 것은 미국으로부터의 영향이다.
한국교육에 대한 미국의 영향은 19세기말 선교사 교육에서부터 시작됐지만 미국의 영향이 급속히 미치기 시작한 것은 해방직후 미군정시대부터-.
53∼62년 사이 미국교육사절단원들은 중앙교육연구소에 번갈아 상주하면서 2천8백여 교육자들에게 미국식 교육방법과 이론을 가르쳤으며, 그동안 미국에 가서 교육받고 돌아온 학자들은 60년대 한국교육을 지배했다.
학계는 50∼60년대 교육의 폭발적인 양적 팽창과정에서 미국식 교육이 이룩한 일정한 업적을 인정하면서도, 우리와는 역사적·문화적 전통과 체질이 전혀 다르고, 특히 그 교육이론 중에서도 비인간적인 성격이 짙은 행동주의 계열의 교육이론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였다는데서 비판이 일기 시작했다.
1968년 소장학자들의 모임인 「목요회」의 학술토론회에서 발단된 미국식 교육에 대한 비판이 열도를 더해가면서, 한국의 교육학계는 행동주의적 입장에서 교육학을 과학화하려는 학자들과 역사적·철학적 연구를 강화하면서 교육학연구의 주체화를 추구하려는 학자들간의 대립양상을 띠었다.
그것은 마치 「미국식 교육학과 한국식 교육학」 「교육과학과 교육철학」 「서울대 사대출신과 기타 사립대출신」간의 논쟁같이 보였다고 지적한 학자도 있다. 이들은 70년대를 줄곧 『새교육』지와 단행본등을 통해 숨가쁜 논박을 주고받았으며, 그런 논쟁속에서 연구의 질적 수준에서 향상을 가져오기도 했다.
연세대 김인회교수 (교육학)는 이제 어느 한 종류의 학문연구 경향이 학계 전체의 향방을 좌우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 교육학계도 다양한 방향으로 성숙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육의 주체성과 학문연구의 자주성을 찾으려는 노력이 집요하게 추구돼 왔던 점을 강조하면서, 이러한 움직임은 80년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노력이 경주돼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30주년을 맞는 교육학회는 학회창립 30주년 기념사업회를 발족시키고 다채로운 기념사업 준비에 바쁘다.
우선 4월2일엔 「한국교육학 이론체계의 모색」을 주재로 충북대에서 기념학술 세미나를 개최한다.
또 현재 논의되고 있는 주요 기념사업으로는 ▲기념학술연구논총 발간 ▲학회창립 30년사 간행 ▲회원저서목록 및 학사록 발간 ▲간행된 학술연구지 (『교육학연구』)영인본 발간 ▲국제학술세미나 개최 ▲학술대상 및 공로상수여 문제등. <이근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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