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 120년, 고대 100년 '고연전' D-3] 정기전 '빛과 그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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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 이용식 체육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1927년 11월 사학의 쌍벽 보성전문과 연희전문의 맞대결이 시초가 된 보연전은 일제 치하의 우리 민족에게 희망과 용기, 민족애를 불러일으키는 제전 역할을 했다. 광복 후에는 명문 사학의 친목을 다지고 학원 스포츠의 발전을 도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880년대부터 학교를 중심으로 스포츠가 도입되었으며 그중에서 보성전문과 연희전문은 학원 스포츠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 정부의 정책적 관심과 지원이 부재한 상황에서 양교의 정기전은 학교 운동부 육성 모델을 제시했으며 엘리트선수 육성의 산실 역할도 톡톡히 해냈다. 이러한 대회를 통해 학교의 체육예산이 늘어날 수 있었고 올림픽 등 국제 무대에서 실력을 겨룰 선수도 많이 배출했다.

대학축제의 한 모델을 제시한 점도 평가받을 만하다. 박정희 정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대학은 탄압의 대상이었으며 대학생들은 자기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없었다. 3공과 5공 때는 공식적인 모임뿐 아니라 비공식적 모임도 거부되었기 때문에 축제다운 축제가 없었다.

이때 연고전은 대학생들의 의사소통의 장이었으며, 대학생들의 열정과 에너지를 발산하는 분출구 역할을 했다. 정기전의 응원문화는 학교에 대한 애교심과 학생들의 단합심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고, 2002년 월드컵 응원문화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해도 과장은 아니다.

하지만 그늘도 간과할 수 없다. 선수 스카우트를 둘러싸고 일어난 숱한 잡음과 부정선수 문제, 그리고 저인망 식으로 우수 선수를 쓸어가는 바람에 대학 스포츠 자체가 쇠퇴한 경우도 많았다.

또 해마다 수억원씩의 거금을 쏟아 부어 성대한 행사를 치르는 게 옳은 것인지도 생각해 볼 문제다.

이용식 체육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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