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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삼각관계' 삐리릭~다음 편이 궁금해 연속극 ? 아니, CF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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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이효리와 에릭의 역동적인 뮤직비디오로 올 상반기 최대 화제를 몰고 온 애니콜(삼성전자)의 '애니모션' 광고. 어눌하면서도 코믹한 원빈과 김태희의 대사가 신세대의 가슴속을 파고들었던 싸이언(LG전자) 광고.

휴대전화 광고의 양대 산맥인 애니콜과 싸이언의 광고에는 휴대전화의 첨단 기능 못지않은 우리 시대의 첨단 문화가 녹아 있다.

시대를 풍미하는 최고의 톱스타가 있고 젊은이를 사로잡는 음악과 춤과 패션과 이야기가 있다.

이들 광고가 9월 말 새로운 모습으로 격돌한다. 이효리와 김태희의 경쟁만으로도 화제가 됐던 두 광고는 이번에 새 얼굴을 투입하는 '다(多)모델'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쉽게 말해 드라마적 삼각관계다. 쇼의 드라마화(본지 8월23일자 20면)에 이어 광고에도 드라마적 요소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삼각 갈등구조로 이야기를 만들어라"

싸이언은 군에 입대하는 원빈 대신 '내 이름은 김삼순'의 스타 현빈과 다니엘 헤니를 투입한다. 현빈이 태희와 애틋한 사랑을 나누고, 다니엘 헤니와 태희와의 사이에도 묘한 감정이 싹튼다. 드라마에서와는 달리 다니엘 헤니는 유머러스한 캐릭터로, 현빈은 감성적인 캐릭터로 바뀐다.

싸이언 광고대행사인 크리에이티브에어의 최장훈 부장은 "다니엘 헤니와 현빈이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구도"라며 "삼각관계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중심에는 항상 휴대전화가 연관돼 있다"고 귀띔했다.

이에 맞서 애니콜은 이효리.에릭 투톱 라인에 또 다른 애니콜 모델인 권상우를 합류시켰다. 새 '애니모션' 광고의 무대는 클럽. 댄서 겸 DJ인 에릭이 운영하는 클럽이 쇠락해 가자, 친구인 효리가 도와줘 클럽은 되살아난다. 고급 클럽을 운영하는 또 다른 친구 권상우는 이에 경쟁심을 느끼며, 효리를 놓고 에릭과 갈등을 빚는다는 스토리다.

애니콜 광고를 만들고 있는 제일기획 박용진 국장은 "셋 사이의 도전, 사랑, 우정을 그린다는 것이 기획의도"라며 "1차 때보다 이야기가 더욱 풍성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두 광고가 동시에 삼각관계를 형성한 것은 아무래도 드라마에 익숙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두 명의 남녀 모델이 등장했던 광고에 비해 또 다른 캐릭터를 투입함으로써 이야기식 광고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두 광고 모두 광고 물량이 많다는 것도 드라마처럼 연속적으로 스토리 광고를 진행할 수 있는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 첨단 문화를 보고 싶다면 광고를

두 광고에는 최신 댄스, 음악, 인터넷, 화법 등 젊은 층의 문화코드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효리가 노래를 하고 에릭이 랩을 넣었던 1차 애니모션 광고는 뮤직비디오 형식의 실험적인 작품이었다. 온라인으로만 공급된 CF용 뮤직비디오는 MTV 인기순위 1위, 벨소리 다운로드 1위 등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이효리가 선보인 클럼핑 댄스와 비트 강한 힙합 음악에 젊은 층은 열광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오감을 자극하는 엔터테인먼트 마케팅의 성공"이라며 "광고도 훌륭한 문화상품이라는 점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새 애니모션 광고는 댄스배틀 우승자인 박성진씨가 클럽풍 댄스의 안무를 맡는 등 감각적 비주얼을 더욱 강화하고, 오프라인 이벤트도 병행한다.

싸이언 아이디어 광고는 애니모션과는 다른 어법으로 젊은 층의 문화코드를 담아내고 있다. 휴대전화 없는 생활을 단 1초도 상상할 수 없는 젊은이들의 일상과 언어를 코믹하게 풀어가고 있다는 평. 얼버무리는 듯한 어눌한 대사, 치고받는 언어유희적 대사 등 이전 광고에서는 볼 수 없던 형식이다. '짜파게티(자장면+스파게티)'폰 등 광고 대사에 따라 소비자들이 제품명을 붙이는 기현상도 나타났다.

LG전자 관계자는 "싸이언 광고가 선호도.인지도 면에서 애니콜 광고와 경쟁한다는 것 자체가 무척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광고평론가 김홍탁씨는 "세련된 스타일과 비주얼이 애니모션 광고의 매력이라면 싸이언 광고의 매력은 일상에서 주워온 듯한 카피를 통해 젊은 층의 감성에 호소하는 것"이라고 평했다. 시청자들이 애니모션 광고를 보면서 동경심을 갖는다면, 싸이언 광고에서는 '내 일상의 이야기'라는 공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드라마적 갈등구조를 탑재한 광고가 소비자의 마음을 얼마나 빼앗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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