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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실천력 내가 앞서" 박지원 "문, 혁신안 기대 이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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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이 문재인 의원에 대한 공격을 개시했다. 내년 2·8 전당대회 ‘양강’의 대결이 점화한 양상이다.

 박 의원은 30일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 의원의 공천혁명과 당 발전에 대한 고민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의원의 혁신안은 내가 지방을 다니며 했던 얘기와 거의 비슷하다. 대권 후보를 준비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문 의원은 29일 출마선언을 하면서 당 혁신을 통해 ‘이기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혁신안으론 ▶당 대표, 총선 공천 배제 및 투명한 공천 ▶계파 해체 ▶네트워크 정당화 ▶민주정책연구원 강화 등을 제시했다. 당을 ‘수리’하는 게 아니라 ‘신제품’으로 바꿔놓고 총선 때 평가를 받아 결과가 좋지 않으면 정계를 떠날 수 있다는 뜻까지 비췄다.

 그렇게 정치생명까지 걸고 내건 혁신안을 박 의원이 평가절하해버린 것이다.

 박 의원은 28일 출마선언을 할 때도 우회적으로 문 의원을 자극했다. ‘문재인 의원이 대표가 되어 총선 공천 때 손에 피를 묻히면, 대선에 두 번 패한 이회창 총재처럼 된다’는 논리를 내세우면서다.

 문 의원도 가만있지는 않았다. 그 역시 29일 출마선언 후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박 의원을 공격했다. “유능하고 좋은 분이지만 지금까지 우리 당을 변화시키지 못했다”거나 “경쟁이 참 내키지 않고 버거운 상대지만 제가 (박 의원보다) 나은 점으로는 변화에 대한 의지, 진정성, 실천하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양측은 이날 일정을 놓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1월 1일 광주 무등산 등반 일정이 겹쳤기 때문이다. 박 의원 캠프 김유정 대변인은 “계속 일정까지 따라 한다”고 불만을 표했다. 문 의원 측 김기만 대변인은 “미리 준비해왔던 일정이 우연히 겹쳤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양강으로 거론되는 두 사람은 여러 면에서 다르다. 각각 노무현·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에, 영·호남 출신이란 차이점 외에도 스타일 자체에 확연한 차이가 있다.

 전당대회 출마 선언 전날(28일) 문 의원이 부산에서 가족들과 함께 마지막 고민을 정리한 반면 박 의원은 20명이 넘는 당내 중진들에게 전화를 돌려 출마 소식을 알렸다.

 선거 캠프 운영 방식까지 비교된다. 문 의원에겐 별도의 선거 캠프가 없다. 노 전 대통령의 기일(5월 23일)을 거꾸로 배열한 숫자인 국회 의원회관 ‘325호’가 사무실이자 캠프다.

 박 의원의 의원회관 방 번호는 615호다. 2000년 DJ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6·15 공동성명’을 기념하기 위해 잡은 방이다. 박 의원은 의원회관 외에 국회 앞 대하빌딩 5층에 별도 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1997년 DJ의 대선 캠프가 있던 자리다.

 이날 새정치연합은 전당대회 후보 등록을 마감했다. 대표 후보론 문·박 의원 외에 박주선·이인영·조경태 의원이 등록했다. 내년 1월 7일 의원과 지역위원장, 기초·광역단체장 등 중앙위원 360여 명의 투표로 후보를 5명에서 3명으로 압축한다. 5명을 뽑는 최고위원 경선에는 문병호·오영식·유승희·이목희·전병헌·정청래·주승용 의원과 박우섭 인천 남구청장, 노영관 수원시의원 등 9명이 출마했다.

 ◆“전면적 국정 쇄신 필요”=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을 열어 “청와대와 내각의 전면 개편 등의 국정 쇄신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지난 2년은 꿈과 희망이 사라진 ‘상실의 2년’이었다”고 했다.

  강태화·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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