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2>홍문화<서울대 명예교수·약박>자연 건강식-건강식의 지효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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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일본에 가보면 길가에 「좁은 섬나라, 그렇게 서둘러 어디로 가려는가?」라는 경고문을 써 붙인 푯말을 볼 수 있다. 아닌게 아니라 요새 사람들은 무엇이 그렇게 바쁜지 서로 앞을 다투어 폭주한다.
비단 교통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모두가 즉시즉결로 끝장을 보려고 하며 심은 보리가 자라서 보리쌀이 생겨야 보리밥을 지을 수 있고 숭늉도 생길 수 있는데 보리밭에 가서 숭늉을 찾으니 어디 될 말인가.
아무리 자연식이 좋다고 하더라도 1년, 2년…계속하는 동안 차차 체질이 바뀌어져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지 「작심삼일」식으로 보리밥이 좋다니까 1백% 꽁보리밥을 1주일 동안 계속 먹었다고 하여 눈에 띄게 성인병에 차도가 생기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 것이다.
급격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모두 독성 있는 약이거나 흥분제이며 짧은 기간에 뚜렷한 반응이 나타나는 대신 반드시 부작용이 따르게 마련이다. 우리의 인삼이 보약중의 보약이라고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인삼은 아무런 부작용이 없어 자연 식품으로 먹을 수 있으며 오랫동안 몸의 모든 기능을 정성화시키고 저항력을 길러내는 작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오래 걸려서 약효가 나타나고 일단 약효가 나타나면 그 효력이 계속되는 성질을 약리학에서 「지효성·특속성」약효라고 한다. 진짜로 몸에 이로운 보약은 모두 지효성이며 지속성이다.
인삼이 바로 그와 같은 지효성 및 지속성을 지닌 약의 대표적인 것이다.
자연식도 역시 그렇다. 오랫동안 체질이 바꾸어져서 모든 병이 미연에 방지되고, 또 뿌리가 뽑혀 없어짐으로써 건강하게 되는 것이 바로 자연식이기 때문에 자연식은 꾸준하게 계속해야만 효과가 나타난다.
반대로 올바르지 못한 식생활을 해도 당장에 폐단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몇 달·몇 해 가는 동안에 점차로 몸이 약해지기 때문에 식생활의 잘못이 그 원인이라는 것을 깨닫기 어렵다.
요즘 값비싼 특별한 상품으로 되어 있는 자연식이라는 것이 많이 나돌지만 그런 것으로는 계속하기가 힘들어진다. 일상 식품가운데서 자연식을 찾는 것이 바로 자연식의 올바른 길인 것이다.
옛날 『신농본초경』이라는 책에 약을 상·중·하 세 가지로 나누어 상품약은 평생을 두고 계속해 먹으면 장생불로 한다고 하였다. 상품약중에는 인삼·참깨·잣·대추·포도·연밥·꿀·마·율무·구기자·결명자 등의 낯익은 생약들이 들어 있는데 그런 것들은 오늘날에 있어서도 자연식의 으뜸가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자역식은 오래 계속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체 불명의 새로 나타난 자연식이라는 것을 무턱대고 계속하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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