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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총선 '터키 EU 가입' 막판 쟁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 허용 문제가 독일 총선의 막판 쟁점으로 떠올랐다. 가입 허용을 주장하는 집권 사민당과 절대 반대를 외치는 보수 야당(기민당)의 논쟁이 종반 선거전을 달구고 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프랑스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함께 터키의 EU 가입을 적극 후원해 왔다.

슈뢰더는 "국가안보 차원에서나 경제협력을 위해서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인 터키의 가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여론조사 결과 차기 총리로 유력시되는 야당 당수 앙겔라 메르켈은 노골적인 반대를 선언해 왔다. 이슬람 국가인 터키를 EU 정회원국으로 받아들이면 기독교 문화권인 유럽의 통합을 어렵게 한다는 이유에서다.

슈뢰더는 14일 독일 내 최대 터키어 신문인 후리예트를 방문해 "사민당을 찍어야 터키의 가입협상이 순조로울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연정 파트너인 녹색당 요슈카 피셔 외무장관도 "기민당 총리였던 헬무트 콜도 터키의 가입을 찬성했었다. 메르켈의 주장은 과거를 돌아보지 않는 위험한 태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메르켈 당수는 14일 "정권을 잡게 되면 10월 3일 시작될 터키와의 가입 협상에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자매당인 기사연합 측도 "슈뢰더 총리가 터키계 유권자의 표를 굳히기 위해 독일의 국익에 어긋나는 정파적인 행동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공세를 퍼부었다.

이날 양측의 주장이 팽팽한 가운데 원로 정치인으로 존경받는 사민당 헬무트 슈미트 전 총리가 "메르켈 당수의 말이 옳다"는 지지입장을 밝혀 슈뢰더 총리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독일 내 터키 이민자는 현재 176만 명으로 전체 외국인의 26%를 차지하며 이번 총선 유권자 수도 50만 명에 이른다.

베를린=유권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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