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할머니 살해피의자 정형근 검거…심경묻자 "그냥 죽여주십시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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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여행가방 속 할머니 시신 사건의 피의자 정형근(55)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인천 남동경찰서는 29일 정씨를 붙잡아 압송 중이라고 밝혔다.
정씨는 이날 오후 7시 10분쯤 서울시 중구 을지로 5가 훈련원 공원에서 붙잡혔다. 노숙자 2명과 막걸리와 소주를 나눠마시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거 당시 그는 수배전단 속 사진과 같은 검은색 점퍼에 남색 등산바지 차림이었다. 소지품으론 검은색 남자 반지갑과 휴대전화, ‘정길성’이라는 명의의 국민은행 체크카드와 현금 200원을 가지고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오후 6시 44분 쯤 정씨가 공원 인근 편의점에서 자신의 신용카드로 주류를 구입한 것을 확인하고 서울 중부경찰서와 공조해 검거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에 검거된 직후 기자들이 심경을 묻자 "그냥 죽여 주십시오"라고 짧게 답했다. 인천 남동경찰서로 압송된 뒤에는 "죽을 죄를 지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압송직후 정씨와 일문일답.

-부모님 같은 분인데 왜 살해했나?
=잘 모르겠다.

-왜 여행가방에 담았나?
=무서워서 그랬다.

-가방을 왜 길가에 버렸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듦)

-술은 왜 마셨느냐?
=괴로워서 마셨다.

-현재 심경은?
=죽을 죄를 지었다.

정씨는 지난 20일 오후 인천시내 자신의 집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전모(71) 할머니를 살해하고 다음날 여행용 가방 속에 시신을 넣어 빌라 주차장에 유기한 혐의다. 전 할머니의 시신에는 오른쪽 옆구리, 목 등 5군데를 흉기로 찔린 흔적이 있었다. 머리에선 둔기로 맞은 흔적이 발견됐다. 경찰은 정씨가 남동서에 도착하는 대로 전씨를 살해한 동기와 경위 등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인천·서울=최모란·조혜경 기자 moran@joongang.co.kr
영상=서울중부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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