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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E] 서로 양보하면 모두가 이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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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가족이 전염병에 걸렸다. 그런데 입원할 병원이 없다. 어쩔 것인가. 정부는 지난달 서울시내 한 병원을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전담병원으로 지정하려 했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이 반대해 무산됐다. 내가 사는 동네엔 싫어하는 시설이 들어오면 안된다는 지역이기주의(님비.NIMBY.not in my backyard)'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 지역이기주의 대화·타협으로 풀어야

전남 장흥군 의회는 최근 방사성 폐기물 관리시설을 자기 지역에 짓도록 해달라고 정부에 신청했다. 유치 신청은 주민들의 민주적인 의사 결정을 통해 이뤄졌다.

지금까지는 정부가 건설 후보지를 주민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밀어붙였다. 그 결과 주민들의 거센 저항을 불러 결정 자체가 없던 일이 되곤 했다.

이와 달리 장흥군에선 주민이 청원했다. 지역의 민간단체가 나서 주민들에게 시설물의 안전성과 지역 개발 효과 등에 관해 꾸준하게 홍보를 했다.

시설이 들어서는 지역에 큰돈을 들여 양성자가속기(소립자의 하나인 양성자를 강력한 전기장이나 자기장 속에서 가속시켜 큰 운동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장치)를 함께 설치하겠다는 정부의 약속도 효력이 컸다.

국민 전체의 삶에는 꼭 필요하지만 지역 주민들이 꺼리는 시설물은 방사성 폐기물 관리시설 말고도 많다. 원자력발전소와 송전철탑.산업폐기물처리장.하수종말처리장.쓰레기매립장.화장장.형무소.댐.고속도로.공항.철도.전철 등 헤아릴 수 없다.

이들 시설물은 지역 주민에게 잠재적인 위해(危害) 요인이 되거나 환경오염과 공해를 일으킬 수 있다. 혐오감을 줄 수도 있다. 그러니 지역 주민들이 반길 리 없다.

사회가 다원화.산업화하고 지방자치권이 확대되며 지역이기를 둘러싼 사회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렇듯 서로의 이해(利害)가 날카롭게 맞서는 상황에서는 당사자들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 서로 불만 없이 이익을 공유할 수 있게 갈등을 조정해야 한다.

조정 과정에서 어느 한쪽이 자신의 이익만 끝까지 주장하거나 원칙과 절차를 무시한다면 갈등을 풀 수 없다. 그동안 대화와 타협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 사회는 갈등을 단기에 극적으로 처리하는 방식을 택하는 사례가 많았다.

서로 이기는 게임을 하려면 자신과 상대방의 이익을 함께 생각해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얻을 것은 얻는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이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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