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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목한 결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고부관계는 미묘한 감정이 얽혀져 거북하게 지내는 이들이 많은데 나의 언니와 시어머님 사이는 예외에 속한다.
피와 살이 섞이지 않은 남끼리 인연이 되어 수십년간 한솥밥 먹으며 살다보면 못마땅하고 싫을때도 많을텐데 언니는 항상 『우리 시어머님 사리가 밝고 인자하시다』고 자랑하는가 하면 그 시어머님 역시 『우리 맏며느리 덕스럽고 이해심 많다』고 칭찬이시다.
지난해 여름 남편의 여름휴가때 아이들을 데리고 고향 장신포에 가서 피서를 즐기고 돌아오는 길에 언니댁에 들렀다.
언니댁은 여러 가지 농작물을 많이 하고 누에치고 그래서 늘 일에 쫓기지만 후한 인심이 그곳엔 항상 머물러있어 거기에 가볼때마다 마음이 여유가 있고 윤기가 넘쳐난다.
언니댁은 마늘농사를 지어 친척 인척 한두접씩 나누다 보면 몇십접이 나간다고 한다.
언니는 내게 마늘을 주려다 옆에 시어머님이 안계시자 시어머니를 찾았다. 『언니! 언니도 손자까지 봤는데 지금도 마음대로 못하고 그렇게 시어머님 허락을 받아야돼요?』
언쟎게 묻는 나에게 언니는 나무라는 표정으로 『노인이 힘들여 일해 가꾼건데 당신이 주고싶은 사람 주시고 요리저리 갈무리하는 재미가 있어야하지 않겠냐?』
나는 그말을 듣고 『오, 바로 그거로구나-』 고부간에 화목하는 비결은 맛있는 음식대접, 편히 모시는 것 이상으로 그분들이 누릴수 있는 자유와 권한을 부여해드리는 걸 그분들은 가장 소중한 보람으로 아신다는 걸.
시어머님이 밖에서 들어오시자 언니는 『지금 동생간대요』 『그려! 더 쉬어가지, 마늘 짐꾸렸어?』 『아직 안꾸렸어요』 『두어접 가져와』 그러자 언니가 마늘2접을 가져와서 자르는데 『얘, 너무 잘다. 좀 굵은 걸로 하지않구』하시더니 당신손으로 굵은 것 한접가지고 오시어 바꾸시는게 아닌가! 역시 그시아머니에 그며느리다.
언니댁에서 받아오는 마늘짐 보자기속에는 언니고부간의 화기애애한 정이 넘쳐나고 있었다. <경기도 광명시 광명2동82의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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