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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간 남측 대표단 애국열사릉 방문 않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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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 장관급회담 대표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오른쪽)과 북측의 권호웅 내각책임참사(오른쪽에서 둘째)가 13일 저녁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박봉주 내각총리 주최 만찬에서 박 총리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6차 남북 장관급 회담이 나흘 일정으로 13일 평양에서 시작됐다. 남북이 1971년 적십자 회담을 시작한 이래 꼭 500번째 회담이다. 회담에선 장성급 회담 재개와 납북자 생사확인 문제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이날 오후 2시7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우리 측 대표단 49명은 곧바로 회담장인 평양 고려호텔로 이동해 북측 대표단과 짧게 환담했다. 이어 박봉주 북한 총리의 환영만찬에 참석했다. 양측은 회담 일정을 협의하면서 8월 북한 당국 대표단의 국립현충원 방문에 상응하는 남측 대표단의 애국열사릉 방문 같은 조치를 제외했다.

◆ "추석 명절 선물 마련하자"=남측 수석대표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만찬사를 통해 "남과 북이 '우리 민족끼리'의 정신으로 냉전의 외로운 섬으로 남아 있는 한반도의 상황을 획기적으로 전환시켜 항구적인 평화를 제도화하자"며 북한 당국의 통 큰 결단을 촉구했다. 이에 북측 박 총리도 "온 겨레에 기쁨을 안겨주는 결실을 거두게 되길 기대한다"고 답했다. 이날 만찬테이블엔 오리향구이와 가물치회.산삼냉채.농어튀김.고기다짐구이.새우완자호박찜.냉면 등이 올랐다. 평양 시내 아파트에는 형광등과 백열등이 밝혀져 그간 알려진 북측의 심각한 전력난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에 앞서 대표단은 평양 도착 직후 고려호텔 접견실에서 북측 단장인 권호웅 내각책임참사를 약 10분간 만났다. 권 단장은 비료 이야기부터 꺼냈다. 그는 "이번 회담에서 좋은 결실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남측에서 비료를 제공해준 덕분에 올해 농사 작황도 좋다"고 말했다. 이에 정 장관은 "지난번 6.15 행사 때는 모내기 시절이어서 벼들이 푸릇푸릇했는데, 벌써 수확의 계절이 왔다"며 "곧 추석인데, 민족 앞에 명절 선물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답했다. 양측 대표단의 화제는 자연스레 500번째 남북 회담으로 이어졌다. 권 단장은 "남북 회담의 역사가 71년부터인데, 1000회, 1만 회까지 가지 말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정 장관이 "그 전에 통일이 돼야 한다"고 맞장구치자 권 단장은 "이번 회담에서 그간의 회담 결과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71년 이래 500번째 회담=정 장관은 서울 출발에 앞서 삼청동 남북회담사무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 장관은 "71년 적십자 회담 이후 이번 회담이 남북 간 500번째 회담이라는 데 특별한 의미가 있다"며 "500번째 회담까지 34년이 걸렸는데, 10년 안에 다음 500번 회담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번 회담은 6.15 공동선언 5주년을 계기로 새롭게 발전하는 남북관계를 추스르고 확대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이어 한반도 평화문제 논의에 대해 "긴 과정이 될 것"이라며 "이번 회담에서 베이징 4차 6자회담 2단계 회의를 측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 북한 추모 시설 방문은 안 해=서울에서 열린 지난 8.15 행사 때 북측 대표단은 서울 동작동의 국립현충원을 방문했었다. 이 때문에 이번에 평양을 방문한 남측 대표단이 애국열사릉 등 북한의 추모 시설을 '답방'할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평양 도착 이후 남북 간 일정 협의 과정에서 이 문제가 제기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없던 일'로 정리가 됐다. 북측의 요청도 없었고, 우리가 이 문제를 먼저 제기할 이유도 없었다. 정 장관은 정치적 부담을 한결 덜었다.

평양=공동취재단,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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