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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조령국교 동엽원원분교 선생님 1명에 학생은 2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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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선생님 안녕』-여느 국민학교와 마찬가지로 7일 개학을 맞아 한교실에 모여 선생님과 학생들이 인사를 나누었으나 교실안은 착잡함과 아쉬움으로 싸여 있었다.
경북 한경군 한경읍 상초리 520 문경새재의 산중턱, 물박달나무가 우거진 숲속에 아담하게 자리잡은 조령국교 동화원분교는 이별의 아쉬움 속에 개학을 맞았다. 전체학생 4명(남학생 2명·여학생 2명)뿐인 이 학교에서 남학생 2명이 전학을 가게된 것이다.
전교생의 절반이 헤어지게 되는 것이어서 석별의 정은 남모르게 깊은 것이었다. 선생님은 방학숙제를 검토하면서도 말 한마디 없었고 학생들은 이따금씩 창문밖으로 시선을 돌려 한없이 너른 운동장을 명하니 바라보았다.
그동안 4명의 학생들은 학생수는 비록 적지만 도서실·백엽상·풍금 등 갖출 것은 모두 갖춘 교실에서 친형제처럼 공부해왔고 9백여평의 넓은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어놀았다.
그러나 이제 남학생 2명이 학교를 떠나면 이 운동장은 여학생 2명이 뛰어놀기에는 쓸쓸할 정도로 너무 허전한 공간으로만 남게된다.
이 학교는 현재 교사1명에 재학생이 1, 2, 3, 5학년의 각1명씩. 이번에 3학년 강선규·1학년 복규군등 형제가 구정을 쇠고 대전으로 이사를 가게돼 5학년 이은희·2학년 은영양 등 자매인 여학생 2명만 남게돼 낙도가 아닌 내륙에선 가장 작은 초미니국민학교가 된다.
이학교가 세워진 것은 지난 72년. 당시 문경새재 부근 야산에 살던 화전민의 자녀들인 학생들이 30여명 있었으나 해마다 그수가 줄어들었다. 75년 정부의 화전민이주계획에 따라 연고지인 다른 지방으로 떠나버렸고 그후 문경새재 일대가 79년에 국민관광지로, 81년엔 도립공원으로 지정됨으로써 들어와 살수가 없게 되면서 화전민 수는 계속 줄어들었고 학생수도 급격히 줄어갔다.
또 최근에는 문경새재안의 90%에 해당하는 산림을 소유하고있는 대성탄좌(대표 김강근)가 이들의 집과 밭을 사들여 주민들은 하나 둘씩 떠나버렸다.
이번에 전학가게 되 강군 형제의 부모도 지난해말 대성탄좌에 집과 밭을 팔았다.
전출은 돼도 전입이 안되는 「내륙의 섬」 이곳에는 현재 새재중턱인 동엽원부락에 5가구 34명의 주민들만 남아 있다. 이들의 대부분은 양봉과 밭농사로 생계를 유지하고 특히 기독교의 일파인 「안식교」를 믿고있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안식일로서 철저히 지키고있는 교리에 따라 동엽원분교는 1주일에 5일만 수업을 한다. 과밀학급도 아니여서 주5일제 수업을 실시해온 전국 유일의 학교가 된 셈.
이학교 이종식교사(54)의 정식직함은 주임교사. 그러나 이교사는 4년전 부임해온 이래 교장으로 담임선생으로, 때로는 청소부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학교를 다듬어왔다.
이교사는 모두 학년이 다른 4명의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나름대로 「4부복식」 수업방식을 고안, 동시에 학생들을 출석시켜 따로 따로 개별지도를 통해 공부를 시키고 서울의 모출판사가 무료로 보내주는 시험지로 시험을 치르게 하고 있다.
이교사는 이학교에서 정년을 맞는 것이 유일한 소망이라고 덧붙였다. 【문경=제정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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