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 논란 끝에 1년 유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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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논란을 거듭해 온 종교인 소득에 대한 과세가 1년 유예됐다. 종교인 과세는 법제화 과정부터 엎치락뒤치락했다. 애초 정부는 지난해 9월 종교인의 소득세도 원천징수한다는 내용이 담긴 소득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일부 개신교 진영의 반대로 국회 통과에 실패하자 정부는 국회를 거칠 필요가 없는 소득세법 시행령을 고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 종교인 소득을 사례비와 같은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고 4.4%의 세율로 2015년 1월 1일부터 원천징수한다고 못 박았다. 반대 진영이 격렬히 저항하자 정부는 지난 2월 원천징수를 자진신고·납부방식으로 바꾼 수정 소득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냈다. 정부가 한발 더 물러선 셈이다. 한데 이 소득세법 개정안이 올 정기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서 일이 더 꼬였다.

 소득세법 개정안은 통과되지 않았는데 종교인 소득을 사례비와 같은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고 여기에 4.4%의 세금을 물리는 시행령 개정안은 내년부터 적용되게 생겼기 때문이다. 부랴부랴 새누리당이 제동을 걸었다. 개정 시행령 적용을 2년 유예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공무원연금 수술도 버거운데 종교계까지 반대 세력으로 돌려 놓는 건 부담이란 이유에서였다. 고심 끝에 정부는 시행령 적용을 1년 유예하기로 했다. 문창용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일부 개신교 진영에서 ‘자진납세 운동’을 진행할 움직임도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며 “정부는 종교인 소득항목의 신설과 종교인의 자진신고 납부 등 내용을 담은 새로운 소득세법 수정대안을 만들어 내년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2016년엔 총선거, 2017년엔 대통령선거를 앞둬 사실상 종교인 과세가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종교인 과세에 대해 가톨릭과 불교는 찬성 입장이다. 개신교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목회자 소득세 신고활동 지원에 나서는 등 상당수가 찬성이다. 하지만 개신교 일부 교단은 “성역을 침범한다”는 이유로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백성호·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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