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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내만 낸 이집트 민주화… 무바라크 5선 연임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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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안정과 번영을 공약으로 내세운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5선 연임에 성공했다. 사상 최초로 복수 후보가 출마한 직선제 대선에서의 승리다. 하지만 이번 선거를 계기로 무바라크 대통령이 '마지막 파라오'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77세의 고령인 점도 있지만 더 이상의 장기 집권과 권력세습을 거부하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범아랍 일간 알하야트는 9일 "이번 대선에서 자유주의를 맛본 야권과 시민들이 추가 개혁을 요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 정권의 제한적 개혁작업에 대한 야권과 국민의 반감이 이번 선거로 고조됐다.

낮은 투표율과 부정선거 의혹이 무바라크의 여섯 번째 임기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집트 최대야당인 알와프드당은 "낮은 투표율(30% 추정)은 무바라크 정권의 개혁작업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라고 꼬집었다.

부정선거에 대한 비난도 거세지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10% 이상을 득표해 2위를 차지한 알가드당의 아이만 누르 후보 측은 재투표를 촉구했다. 유권자 매수, 향응 제공, 투표 강요, 가짜 기표용지 투입 등의 사례들이 발견됐다는 주장이다.

야권이 가장 심각하게 반발하는 것은 권력세습이다. 5월 개정된 선거법에 따라 차기 대선부터는 창당 5년 이상, 상.하원 의석의 5% 이상을 차지한 당만이 후보를 낼 수 있다.

결국 95% 이상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집권 국민민주당에서만 후보들이 나와 경선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통령의 차남 가말은 현재 집권당의 제2인자 자리인 정책위원장을 맡고 있다. 무바라크가 80세가 되는 2008년 대통령직을 차남에게 물려준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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