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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22)제79화 육사졸업생들(75)-5기생의 교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5기생들은 73연대에서의 석달간 신병기초 훈련후 10월부터 태능본교에서 6개월간 사관후보생 교육을 받았다.
그때 교장은 김백일중령. 경비대총사령관 송호성장군이 교장을 겸직할때 부교장을 맡고 있다 송장군의 겸직이 해체되면서 47년10월12일 제5대 교장에 정식 취임했다. 학교편제도 다소 바뀌어 교수부장직이 없어지고 교무처장이 교관들을 통제했다.
생도대장에 최창언소령 (군영), 행청처장 장도영중령(군영), 교무처장에 위대선소령(군영), 후방처장 황엽대위(육사1기), 교도대장 김기임대위(육사1기) 등이었다.
사관후보생들은 2개 중대밑에 4개구대로 편성돼 교육을 받았는데 박정희전대통령(육사2기)이 그때 대위로 제1중대장이었다. 제2중대장은 강창선대위였으며 육사1기의 정종근·김동빈대위, 2기의 김희덕중위등이 구대장으로 생도들을 교육했다.
5·16의 리더 장도영 박정희장군과 5기생의 인연은 그때부터 맺어진 셈이다.
교육은 국사·영어등 일반학과 각개전투, 소대공방등 전술학, 지형학, 독도법, M-1 카빈 기관총·박격포등 각종 화기훈련, 총검술, 행군, 숙영등으로 l주일단위로 교육계획표에 따라실시됐다.
그때 미군의 M-1이 처음 공급돼 5기생들은 처음 99식 소총훈련을 받다가 나중 M-1으로 교육을 받았다.
매주 월요일 첫 2시간은 강당에서 교장과 생도대장의 정신훈화가 있었다.
김백일 교장은 나약한 정신자세와 비신사적태도를 질책하는 정신문화를 많이 했다. 토요일마다 내무검사에 대비, 마룻바닥을 빈병으로 닦아 윤이 번쩍번쩍나게 했었다. 1주일에 두세번은 비상훈련도 있었는데 추운날이나 외출후 술 먹고 귀대한 날등을 골라 실시해 애를 먹였다.
5기생들이 가장 고통을 겪었던 것은 급식문제. 식량사정이 나빠 통밀밥·고구마가 주식이었는데 그나마도 양이 차지 않아 언제나 배가 고팠다. 어떤날은 엄지손가락 만한 고구마 2개가 접시에 놓여 한끼로 급식되기도 했다. 이남출신이나 이남에 연고가 있는 후보생들은 토요일 오후 외출에서 1주일동안 주린 배를 채울 수 있었으나 3분의 2나 되는 이북출신가운데 상당수는 단신월남자로 외출도 허가되지 않았다.
시내에 나가 맛있는 음식이라도 먹고 올 생각으로 『고향에서 형님이 월남해 왔다』고 거짓말을 했다가 들통이 나 기합을 받은 후보생도 있었다.
외출을 못 나가는 단신 월남후보생들은 대신 외출나간 동료후보생 몫의 급식이 차지가 되므로 토요일을 기다렸다.
내무반엔 수도 시설조차 없어 후보생들은 학교옆 경춘선철도변의 개울에 나가 세면을 했다. 겨울이면 꽁꽁 언 개울물을 깨고 줄을 지어 세면을 했다.
그때 태능사관학교 부근에 고아원이 하나 있었는데 매일 새벽이면 웬 젊은 여인의 소프라노 독창이 들려와 많은 후보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곤 했다고 한다. 나중 외출길에 용기를 내 찾아가보니 고아원의 보모로 30을 바라보는 노처녀였는데 인물은 노래만 듣고 만 것이 좋았을 뻔 했다는 후문이다. 5기생들은 지금도 그때 새벽에 듣던 노래만큼 아름다운 노래는 없었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야외전투훈련은 후보생들에게 일종의 해방감을 안겨주었다.
전투대형으로 사과밭이나 고구마·땅콩밭을 지날때면 교관들은 서서쏴, 엎드려쏴 자세로 전진하는것을 눈감아주었지만 배가 고파도 농작물에는 손을 대지 않았던 것이 후보생의 긍지였다.
5기생 교육중인 48년3월7일에는 캐나다·필리핀·인도·중국·시리아등 대표로 구성된 UN한국위원단이 내한, 시찰을 했다. 5기생들은 늠름한 사열과 분열로 이들 의빈들에게 우리 국방의지를 과시했다. 다음날 신문은 사진과 함께 5단기사로 이 사실을 크게 보도했다.
생도교육에서 기합은 계속됐었다. 유독 1중대장인 박정희대위가 기합을 주지 않아 생도들로부터 인기가 높았다.
박대위는 5기생교육중 단한번 구보를 시킨 일이 있었던 것으로 5기생들은 기억하고 있다. 그때도 말이 없어 생도들은 과묵하고 신사적인 박중대장을 따랐다.
5기생들은 6개월교육후 이듬해 4월1일 군번 10801 유영중(대령예편)외 3백79명이 성적순으로 군번을 받아 임관했다.
5기생은 당초 3개월 교육후 졸업시키기로 되었는데 4기생교육이 진도가 늦어 임관이 늦어지는 바람에 아예 3개월 연장됐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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