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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박지원 방북 불허 … 현정은에겐 허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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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박지원 의원(左), 현정은 회장(右)

통일부가 23일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개성 방문을 불허했다. 반면 김성재(전 문화부 장관) 이사를 비롯한 김대중평화센터 측 인사 7명과 현정은 회장 등 현대아산 관계자 7명의 방북은 승인했다. 이에 따라 이들은 24일 개성에서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담당 부장 겸 비서와 만난다. 북한은 김대중평화센터와 현대아산의 김정일 3주기 조화 전달에 대한 답례 차원에서 김양건 비서를 개성에 내려보내겠다고 지난 19일 통지해 왔다.

 당초 박 의원의 방북 승인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23일 오전에도 승인이 이뤄지지 않자 정부 내부 기류에 이상이 생긴 것이란 관측이 나왔고 결국 오후에 박 의원을 뺀 방북이 결정됐다. 왜 유독 박 의원의 방북만 막았을까.

 통일부 당국자는 23일 기자들과 만나 “정치인이 거듭 방북함으로써 정치적 논란이 야기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미 지난 1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3주기(17일)에 맞춰 이희호 여사의 조화를 전달하기 위해 개성을 방문했는데, 재차 방북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설명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박 의원 방북 불허조치가 청와대를 포함한 정부부처 간 협의를 통해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박 의원을 지목해 초청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김대중평화센터 관계자와 현대아산 측이 가면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의식했다는 설명으로 볼 때 박 의원이 16일 방북 직후 기자회견 등을 통해 밝힌 발언 내용에 정부가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 의원은 개성에서 돌아온 뒤 “북한이 남북 간 대화 재개의지가 매우 강해 보였지만 대북 ‘삐라’ 살포 중단 등의 조처가 있어야 신뢰가 회복될 것”이라고 정부를 압박했다.

 북한이 김양건 비서를 개성공단에 내려보내는 데 대한 경계심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대남총책인 김양건 비서는 지난해 4월 개성공단을 방문한 직후 공단 폐쇄를 발표한 당사자다. 북한은 16일 조화 전달 당시 원동연 당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나와 이미 사의를 표했다. 그런데 또다시 감사를 표하겠다고 한 건 미심쩍은 이유가 있다는 게 정부 분위기다.

 방북이 무산된 박 의원은 “대화마저 막는 정부의 처사가 심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트위터에는 “저의 방북 불허 사유는 정치인이기에 안 된답니다. 정부가 저에게 방북 신청을 하라 할 때나 북측에 공식초청장을 보내라 할 때는 제가 정치인인 걸 몰랐을까요”라는 글을 올렸다.

 새정치연합 허영일 부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통일부가 정치인이 거듭 방북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방북 불허 사유를 든 건 궁색한 궤변”이라고 비판했다.

이영종·정종문 기자

"정치인 거듭 방북 정치적 논란 우려"
청와대·정부부처 협의 거쳐 결정
박 의원 "대화마저 막나 … 심히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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