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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팬 1만5000명 "전북 따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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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HB20(현대차의 현지 생산 모델명)을 새긴 티셔츠를 들고 전북을 환영하는 브라질 팬들. [사진 전북 현대]

한국 프로스포츠에서 기업형 구단의 역할과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흑자 경영이 요원한 상황에서 ‘기업 이미지 개선’이라는 무형적 가치에 만족해야 할까.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 우승팀 전북 현대는 이 질문에 당당히 ‘노’를 외친다. 스포츠라는 울타리를 뛰어넘어 산업으로, 문화로 영향력을 키우려는 그간의 노력이 결실로 나타나고 있어서다.

 전북은 올 시즌을 앞두고 브라질 상파울루주(州) 피라시카바시(市)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최강희(55) 감독과 40여 명의 선수단 전원이 한 달 가까이 브라질 현지에 머물며 구슬땀을 흘렸다. 지난 2011년 이후 4년째다. 왕복 50시간의 이동과 11시간의 시차에도 전북이 굳이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간 이유는 선수단과 모기업 현대자동차에 두루 이득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전북의 ‘브라질 프로젝트’는 축구선수 출신 이철근(61) 단장의 아이디어다. 지난 2010년 모기업 현대자동차가 피라시카바에 자동차 공장을 짓는다는 뉴스가 나왔다. 축구와 사업을 연계할 방안을 모색하던 이 단장은 겨울 전지훈련과 친선경기를 떠올렸다. 2011년 첫 전지훈련부터 피라시카바 연고클럽 킹지와 연습경기를 했다. 시청 관계자들과 구단 프런트의 친선경기, 팬 사인회 등 이벤트를 곁들여 지역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현지 반응은 기대 이상으로 뜨거웠다. 이듬해부터 지역 축구팬 사이에서 ‘지구 반대편에서 온 녹색 유니폼의 축구전사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현지 클럽과의 친선경기는 1만5000명 이상이 찾는 이벤트로 성장했다. 올해 초에는 브라질 월드컵을 준비 중이던 펠리페 스콜라리(66) 당시 브라질 대표팀 감독이 전북 훈련장을 방문해 선수단을 격려했다.

 전북의 노력은 즉각 효과로 나타났다. 공장 착공 초창기 매사에 까다롭던 자치단체 관계자들의 태도가 호의적으로 변했고, 세금도 상당액을 깎아줘 초기 투자비용도 줄일 수 있었다. 차량 판매대수도 눈에 띄게 늘었다. 3%대에 머물던 현대차의 브라질 현지 점유율은 2012년 말 공장 완공 이후 6%대로 뛰어올랐다. 올해는 7%까지 올라갔다. 이철근 단장은 “현대차의 판매율 증가를 축구단의 공이라 생각하진 않는다”면서도 “축구단이 ‘현대는 축구를 사랑하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심는 데 기여한 건 자부심을 느끼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브라질 훈련은 전북의 경기력 향상에도 도움이 됐다. 최강희 감독은 “브라질에는 세계 수준의 클럽이 많다”면서 “4년 연속 브라질을 방문하다보니 ‘전북 현대’라는 브랜드가 현지에도 잘 알려져 수준 높은 연습경기 상대를 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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