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건강식(315) 자연식의 정의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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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흔히 무심코 사용하고 있는 용어도 따져서 그뜻이 무엇이냐고 하면 대답이 곤란한 때가 있다. 요새 자연식·건강식, 또는 두 개를 합쳐서 자연건강식이라는 말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과연 「자연」이란 무엇을 뜻하는 것이며「건강」이란 어떤상태를 말하는 것이냐고 따진다면 새삼스럽게 설명이 필요없는 자명한 이치인 것 같으면서도 한마디로 설명이 어려운, 알쏭달쏭하다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아직 어느나라에서도 법이나 규정으로 자연식이나 건강식을 정의하고 있다는 것을 듣지 못했으며, 유엔산하 세계보건기구(WHO)나 식량농업기구(FAO)에서도 자연식 또는 건강식에 대한 정의를 검토하고 있을 뿐이다. 그와 같은 상황이기 때문에 별의 별 자연식과 건강법이 범람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자연식품부터 따져보자. 「자연」이란 미국에서 60년깨부터「자연으로 돌아간다」는뜻에서 방종한 생활을 하던 히피족들이 많이 사용한 용어지만 식품에서는 전혀 오염되지 않은 토지에서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일체 사용하지 않고 만들어낸 식료품을 「네이추럴푸드」라고 부른다.
이와같은 깨끗한 재료에 화학적인 식품첨가물을 사용하지 않고 가공한 식품들을 순정식품(퓨어푸드)이라고 하여 역시 자연식품가운데 포함시키고 있다.
그런데 일부에서는「자연」이라는 개념을 마치「근원적인 자연으로의 회귀」라고 해석하여 오늘날의 모든 공업문명과 과학기술을 부정하고 원시적인 생활을 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생적인 식품재료를 가공도 하지 않고 생식하는 것을 자연식이라고 하는 별난 사람들도 있다.
그렇게까지 극단적이진 않지만 그와 비숫한 생각은 우리주변에서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예로 잔류 농약이 무섭다고 일부러 벌레먹다 남은 채소를 골라 구하는 사람이 있다. 벌레가 먹은 것이니까 농약이 없는 것 아니겠느냐는 논법이다.
나날이 수돗물이 오염되어 가고 있다니까 약수터가 인산인해가 되어 오히려 약수물의 오염이 수돗물보다 더 심해서 대장균투성이라는 난센스도 생기고 있다.
또 건강증진식품이라고하여 과학적인 증명은 없지만 오랜 전승가운데서 몸에 좋다는 식품들이 있다. 몸에 좋다는 뜻은 주로 강정이니 보약이니하여 정력을 증진시키는 것을 말하는경우가 많다. 그런것들이 뚜렷한 근거도 없이 왕왕 광신적인 폐쇄서클을 통하여 보급됨으로써 올바른 국민영양의 보급 또는 의민를 방해하는 폐단도 적지 않다.
아무리「자연」이라는 말이 매력적일지라도 현대의 과학문명과 식품공업을 일체 없애고 원시로 되돌아가자는 것은 아니다. 「자연식」이란 「무엇을 먹느냐」도 중요하지만「어떻게 먹어야 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다.
홍문화 <서울대 명예교수·약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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