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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가볍고…얇고…짧고…작게"|상품의 경박단소화시대가 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기술혁신 가속과 편리한 생활을 지향하는 생활풍속을 반영, 각종 상품이 보다 가볍고 얇고 짧고 작아지는 경박단소시대를 맞고 있다.
두께가 종래의 절반으로 얇아진 시계가 날개돋치듯 팔리고 있고 스테레오 콤퍼넌트 크기가 3분의1로 줄어든 미니스테레오가 대인기다.
또 키가 작아진 개량벼가 선보인지는 이미 오래고 신문용지도 그 무게가 가벼워지고 있다. 안경은 최근 1, 2년사이 무게가 절반으로 줄어 들었다.
물건이라고 하면 으례 중후장대해야한다는 관념이었으나 이젠 그 관념이 거꾸로 된 것이다. 전자기술등 기술개발에 따른 필연적인 것이기도 하고 구매자들의 취향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스테레오의 경우 튜너 앰프데크등 유니트의 가로 세로 길이가 짧아지고 두께가 점차로 얇아져 삼성전자는 총높이 12·2㎝짜리 미니스테레오를 시판하고 있다. 튜너는 두께에서 79년 제품이 1백40㎜이었으나 40㎜로 3분의 1로 줄어 들었고 앰프도 1백40㎜에서 53㎜로, 카세트데크는 1백40㎜에서 85㎜로 각각 얇아졌다.
그동안 특히 튜너의 슬림(Slim)화 경향은 다른 유니트보다 매우 빠른속도로 진행되어 왔다. 이는 튜너가 순수한 전자회로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 앞으로 더욱 얇아질 수 있는데 어느정도 두께까지 갈지 예측을 불허한다고 생산업체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짧아진 것으로는 또 개량품종벼를 들 수 있다. 풍산·서광·밀양30등 개량벼는 길이 80㎝가량하는 일반벼보다 15㎝나 작은 65∼67㎝. 농업진흥청의 올해 장려품종 44개중 절반이 이들 짧은 벼이며 경작지도 지난해 37%에서 올해는 40%정도로 늘어날 추세다.
전화기는 무게가 종래 1천4백g의 절반인 7백g짜리가 생산 판매되고 있다.
금성통신이 만든 페트폰은 다이얼과 밑부분을 모두 쇠에서 플래스틱으로 바꾸고 크기를 대폭 줄여 무게를 절감했다. 금성측에 따르면 주방·목욕탕·침실용을 겨냥한 이 전화기의 수요가 날로 늘어가고 있다는 것.
안경도 무게가 절반으로 줄어 종래 60∼70g나가는 것은 거의 팔리지 않고 30g정도의 가벼운 것이 생산 판매되고 있다. 셀룰로이드가 함유된 뿔테 대신 속이 빈 옵털이나 금속테를 사용하고 유리렌즈가 아닌 플래스틱렌즈를 써 가벼워졌다. 1, 2년 사이 이처럼 가벼워진 안경은 이제 거의 착용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의 것으로 치닫고 있다.
또 가벼워지고 있는 것으로는 신문용지도 포함된다. 세대제지·전주제지등 국내 신문용지 생산업체는 최근 종래 1평방m당 54g에서 5·2g이 준 48·8g짜리를 개발, 수출하고 있으며 국내 시판용으로 52g짜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배달소년들이 보다 많은 신문을 배달할 수 있게 됐다.
펄프에 특수화학처리로 가벼워진 신문용지는 현재 국내에서도 그 수요가 늘어 판매율 l0%가량을 나타내고 있으나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한편 현대자동차는 지난 20일부터 구동축을 한개로 줄인 10·75t짜리 카고트럭을 시판하고 있다. 이 자동차는 구동부분의 부품을 줄여 구동축이 2개인 기존차량에 비해 3백㎏정도 가볍다.
이같은 「경박단소」경향에서 가장 극적인 것은 손목시계. 동전두께 정도의 얇은 것을 만들기 위한 치열한 기술개발에서 현재 오리엔트시계공업과 삼성정밀에서 5∼6㎜두께의 시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처럼 두께를 줄일 수 있는 것은 시계의 엔진이랄수 있는 무브먼트와 케이스를 얇게 하는 기술이 개발됐기 때문. 무브먼트는 전자칩의 축소로 더욱 얇아질 수 있고 현재 케이스로 쓰이는 스테인리스 스틸보다 얇은 소재를 개발할 경우「동전두께」와 같은 시계는 1∼2년 안에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 현재 스위스에선 두께 2㎜의 벽을 깨고 1·98㎜의 성냥개비보다 얇은 시계를 생산해 내고 있다. <제정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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