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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에 던지는 세계 석학들의 충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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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한국이 세계 10위 경제대국이 되려면 마라토너의 인내력을 가져라.(레스터 서로 미 MIT대 교수)", "중국의 위협을 너무 걱정하지 말고, 대만을 벤치마킹하라.(마쓰시마 가쓰모리 도쿄대 교수, 서로 교수)", "혁신은 정부 주도로 되는 게 아니다.(제프리 페퍼 미 스탠퍼드대 교수)", "지식.서비스산업에서 한국의 살길을 찾으라.(앨빈 토플러)"

산업자원부 주최로 6~7일 열린 '산업혁신포럼 2005'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방한한 세계 석학들이 한국에 주는 충고다. 이들은 특히 '2015년까지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을 3만5000달러까지 높여, 한국을 세계 10위 경제대국으로 부상시킨다'는 산자부의 '2015 산업발전전략'에 대해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 선택과 집중 전략을=서로 교수는 7일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모두 잘 하려고 하기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가 있다"며 "예컨대 한국은 줄기세포 분야에서 미국보다 앞서 있는 만큼 이런 분야에 힘을 집중시키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2015년에 세계 10위 경제대국이 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서로 교수는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는데 100년이 걸리고, 일본도 아직 미국을 추월하지 못하고 있는 사실을 직시하라"고 답했다. 그는 "한국이 2015년에 1인당 국민소득 3만5000달러를 달성하자면 지금부터 매년 10%씩 성장을 해야 하지만 선진국 가운데 성장률이 가장 높은 나라도 7%를 넘지 못한다"며 "한국 정부는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 하는 것같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그러나 "20년 전 저개발국이었던 중국이 지금은 초고속성장을 하고 있는 만큼 한국도 마라토너의 인내력을 가지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충고했다.


▶ 산업자원부가 주최한 산업혁신포럼 2005이 7일까지 서울 그랜드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 레스터 서로우 등 석학들이 대거 참석했다. [연합뉴스]

◆ 중국 콤플렉스를 벗어라=도쿄대 마쓰시마 가쓰모리 교수는 지나친 중국 위협론을 경계했다. 마쓰시마 교수는 "중국은 에너지 부족이라는 약점을 안고 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속도로 계속 성장하기는 어렵다"며 "중국은 베이징.상하이.홍콩.서부 등 하나의 나라로 묶어서 보기 어려운 다양한 측면을 가진 나라이기 때문에 중국이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보지 말고 각 지역별로 나누어 대응전략을 세우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 함께 인도를 앞으로 주시해야 할 경제라고 제시했다. 마쓰시마 교수는 또 "한국경제는 서울 지역에 너무 집중되어 있다"며 "고속철도, 고속도로, 인터넷 기반 등 한국이 가진 훌륭한 사회간접자본을 잘 활용하면 국토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으나 이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지식.서비스산업을 살리라=미래학자 앨빈 토플러 박사는 미래 경제의 키워드로 네 가지 흐름을 제시했다. 첫째는 스피드 시대에서 생기는 속도의 격차다. 미국의 글락소가 스미스 클라인을 인수한 뒤 다른 분야는 재빨리 통합했으나 연구개발(R&D) 부문의 통합이 늦어지는 바람에 경쟁사에 뒤진 게 대표적 사례다. 둘째는 맞춤 생산 시대다. 셋째는 잉여 복잡성 시대. 토플러 박사는 자신의 차에만 49개의 계기반이 있으나 실제 보는 것은 10개 안쪽이라며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복잡한 기능의 제품은 사양길에 접어들 것이라고 예언했다. 마지막으로 경계의 붕괴다. 드라마와 광고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음악의 장르도 무의미해진 게 이런 예다. 토플러 박사는 미래의 이 같은 네 가지 흐름에서 한국이 살아남자면 자동차, 조선 등 대량생산 산업구조를 지식.서비스산업 중심으로 바꿔가야 한다고 권고했다.

◆ 정부의 역할은 작게=인적자원, 조직관리의 세계적 권위자인 미 스탠퍼드대 페퍼 교수는 한국 정부의 성장 전략에 대해 "정부의 역할은 중요하지만 직접적이고 전면적인 개입보다는 다양한 종류의 씨가 뿌리를 내려 성장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는데 그쳐야 한다"고 논평했다. 그는 또 "구글의 창업자는 러시아인, 인텔은 헝가리인, 선마이크로는 인도인"이라며 "한국도 노동시장을 개방해 우수한 인력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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