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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풍요 뒤에 숨은 미국의 일그러진 얼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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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부(富)의 나라' 미국은 '파리 텍사스'의 독일 감독 빔 벤더스에게 어떻게 비칠까. '승자는 멈추지 않고 멈추는 자는 승리하지 못하는'살벌한 경쟁의 땅이다. 영화 '랜드 오브 플렌티(Land of Plenty.사진)'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감독은 특히 9.11 테러의 여파로 모든 무슬림을 테러리스트로 착각하고, 24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시를 자발적으로 순찰하는 한 남자를 부각시키며 '풍요의 땅'이 아닌 '정신의 황무지'로서의 미국을 응시하고 있다.

지난해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에 선보였던 '랜드 오브 플렌티'는 미국이란 나라를 대놓고 비판하지 않는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잘근잘근 공격했던 마이클 무어의 '화씨 9/11'과 달리 '천사의 도시' 로스앤젤레스에 숨어 있는 빈곤과 공포를 압축해 보여준다. 베트남전의 후유증으로 고엽제 치료약을 상용하는 전직 군인 폴(존 딜)과 10년 만에 그를 찾아온 이상주의자 조카 라나(미첼 윌리엄스)를 대비시키며 미국의 일그러진 얼굴을 드러내는 것. 잠재적 테러에 피해망상증을 보이는 폴과 사랑의 힘을 끝까지 믿는 라나의 대립과 화해 속에 미래에 대한 아련한 희망을 녹여놓았다. 15일 서울 시네큐브 개봉.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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